한·미 정상 ‘대북 인도적 지원’ 교감…정상회담 물꼬 틀까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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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에 식량 제공, 매우 시의적절”…한미워킹그룹 논의서 윤곽 드러날 듯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 여당 내에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한데 이어 한·미 정상도 인도적 지원에 교감을 이뤘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쌀'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두 정상은 5월7일 약 35분 동안 통화를 갖고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FAO와 WFP는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북한 사람이 더 굶주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이미 국회에선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별개로 식량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남북미가 서로 만나 새로운 대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박병석 의원은 4월23일 북한의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 차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불씨를 살린 셈이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통일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통일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평화 열차가 멈춰 있다는 점이다. 북·미는 하노이 회담 이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서로 비난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5월4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 평화 국면은 벼랑 끝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듣고 격분했지만 참모들의 만류로 격한 반응을 자제하며 대화 재개의 문을 닫진 않았다.

윤곽은 수일 내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찾아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에 대해선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방안이 의제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경우 잠시 멈췄던 남북-북·미 대화 열차도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던지는 꼴이다. 게다가 미국이 한 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협상 복귀의 명분도 안기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김 위원장이 협상 재개 결심을 한다면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북특사 파견 및 조기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탄력받을 수 있다. 여기서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구성해 내느냐가 문 대통령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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