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불러올 또 다른 혼란…영국의 대기질은?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1 15: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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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계 최초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EU 탈퇴 이후엔 어떻게 되나

영국이 세계 최초로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월28일 노동당의 수장인 제레미 코빈이 상정한 이번 결의안은 별도의 표결 없이 승인됐다. 코빈 대표는 이번 영국의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국가와 정부들의 행동 물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빈 대표는 또한 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환경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하며 “더 이상 국제 기후협약 및 국가적 행동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이번 노동당의 결의안은 영국 정부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대기 배출량 ‘0’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응해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the Climate Change Committee)는 지난 5월2일 이에 응답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영국 전역으로는 2050년까지, 스코틀랜드는 204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줄이고, 웨일스는 2050년까지 95% 감소를 목표로 권장했다.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소속 운동가들이 4월22일(현지 시각)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을 점거하고 드러누워 있다. ⓒ PA 연합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소속 운동가들이 4월22일(현지 시각)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을 점거하고 드러누워 있다. ⓒ PA 연합

현재 영국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그동안 EU 배출권 거래제도(EU ETS·EU Emissions Trading System)의 대상 국가였다. 2005년 시작된 배출권 거래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량을 40% 이상 줄여 1990년대 이전의 대기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 28개국 및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총 31개 국가의 발전소·제조업·항공사 등 1만2000여 개 시설이 대상이다. 

허용량 한 개는 1톤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주요 온실가스 중 한 가지 또는 강력한 온실가스 중 두 가지를 가리킨다. 현재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로 설정된 3단계에 진입해 있으며, 2013년 최초 할당된 총 배출량은 약 20억 톤이다. 이후 2020년까지 매년 초기 총량의 1.74%에 해당하는 3800만 톤씩 총 배출량 한도를 감소시켜 나가고 있다. 정해진 연간 배출 총량 중 일정 비율은 무료로 배출이 가능하며, 무료 배출량 또한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예로, 2013년 제조업체들은 매년 배출 허가량의 80%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무료로 배출 가능했지만 2020년에는 30%만 무료 배출이 가능할 예정이다. 지정된 배출량 이외에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배출량은 기업 또는 시설 간 거래를 통해 연간 총 배출 제한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 기준을 초과할 시에는 탄소 1톤당 100유로의 벌금을 물게 된다.

영국은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동시에 EU 배출권 거래제의 가장 큰 구매 고객이기도 하다. 특히 영국은 유럽연합이 배출량 통제를 위한 EU 레벨의 기제를 개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만큼, 탈퇴 여부와 별개로 국제적 역할의 무게가 크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연합을 곧 떠나게 됐지만, 여전히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유럽연합의 조치에는 뜻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0년 12월까진 EU 배출권 거래제 대상 국가로 잔류한다. 이는 배출량, 효율성 및 재생 가능한 에너지 등과 관련된 현 유럽연합의 규제를 준수할 것임을 의미한다.


브렉시트로 영국 내 배출 규제 혼선 빚을 수도

그러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이 어떻게 배출량 및 탄소 규제를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미정이다. 유럽연합의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그 기준이 완화되지는 않겠으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영국의 정책이 필요한 셈이다.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가 2016년 10월 발표한 ‘유럽연합 탈퇴로 초래될 영향’에 대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기후 대책 목표에는 변동 사항이 없을 것으로 보여 유럽연합 기준을 준수할 걸로 예상된다. 현재 영국이 준수하고 있는 기존 유럽연합의 목표에 따라 2020년대까지 규제를 강화한다면, 2030년까지 영국 내 배출량을 55%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브렉시트와는 별개로,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명확한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존 유럽연합 기준의 정책들을 유지하거나 이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대도, 할리우드 스타도 거리로 거리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들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런던 시내 전역을 뒤덮었던 열흘간의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시위가 기폭제가 돼 이번 영국의 결의안 통과에 이은 비상사태 선포가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15일 시작해 런던 전역에서 펼쳐진 대규모 시위의 요구 사항을 기반으로 노동당의 수장인 제레미 코빈은 4월28일 결의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시내 곳곳을 점거하고 다양한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시위를 이어갔다. 런던 켄싱턴의 한 자연사박물관 바닥에 드러누워 인류의 멸종을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1000여 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고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 경찰 당국은 런던 주변 지역에서 추가 보충 경찰 200여 명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위에는 할리우드 배우 엠마 톰슨, 영국의 올림픽 카누 금메달리스트 에티엔 스콧 등을 비롯한 영국 각 계층의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시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르는 작년 8월부터 금요일 등교 거부 시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에 뜻을 함께하는 청소년들의 꾸준한 시위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연대 시위로 확산됐다. 미국·뉴질랜드·호주·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시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기후시위(#climatestrike)’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strike4climate)’ 등 해시태그를 단 포스트를 통해 다양한 시위 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초, 영국에서도 학생들의 금요일 등교 거부 시위가 꾸준히 이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명이 넘는 교수, 교사 및 학자들의 지지 성명이 이어진 가운데 다수 교육부 위원, 장관들의 비판 섞인 성명이 나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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