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시신 너무 많아 바다에 버렸다”…새 증언 충격
  • 이경재·배윤영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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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보안부대 출신 허장환씨 광주서 증언 “시신 전부 가매장”
“간첩 색출 위해 다시 발굴 지문 채취 후 시신 소각·해양 투기”
“광주통합병원서 소각…나머지 시신 경남 김해 바다에 버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무단으로 화장(소각)하거나 바다에 버렸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신군부가 간첩 색출 목적으로 희생자 시신을 모두 가매장했다가 다시 발굴해 지문 채취 후 광주통합병원에서 소각처리하거나 해양 투기했다는 것이다.

모든 희생자 시신의 가매장 의혹 제기는 지금까지 유력하게 알려진 암매장설과는 전혀 다른 증언이다. 이는 잇단 암매장지에 대한 유해 발굴이 실패한 시점에서 나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5·18 희생자들의 시신을 해양 투기했다는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증언이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다시 써야할 만큼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진실규명 전반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허장환 전 505 보안부대 수사관(오른쪽)이 14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허장환 전 505 보안부대 수사관(오른쪽)이 14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5·18 당시 505보안부대 수사관 출신인 허장환씨는 14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5·18 항쟁 행방불명자들이나 희생자들 시신의 암매장은 없었고 전부 가매장했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암매장과 가매장이라는 용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암매장은 남몰래 시신을 파묻는 것이고 가매장은 통상 전투지역에서 실시하는 매장 방법으로 임시로 매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씨는 “당시 공수특전단에서 (보안사에) 가매장 위치, 좌표를 표시해 면밀히 보고했는데, 이는 ‘북한의 간첩이 있는지 엄중히 가려내라’는 지시에 따라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고 증언했다. 

허씨는 “간첩 침투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전남도경의 지문채취 전문 경찰과 함께 가매장된 시신을 전부 발굴했다”며 “당시 지문 감식관이 장갑끼고 해도 냄새나 죽겠다고 푸념했다. 100% 지문을 채취했고 발굴한 시신을 다시 매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18단체들이) 최근 광주교도소 인근을 비롯해 암매장 시신 발굴한다고 유물 발굴하듯이 하는 걸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발굴해 지문채취를 마친 시신은 다시 묻지 않고 광주통합병원에서 화장 처리한 뒤 유골 상태로 매장하거나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그는 “광주 통합병원에서 시설을 개조해 화장 처리했고 그마저도 한계에 도달해 다 처리를 못하고 유골상태로 광주 모처에 매장했다”고 밝혔다.  

허장환 전 505 보안부대 수사관(오른쪽)과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이 14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허장환 전 505 보안부대 수사관(가운데)과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왼쪽 두번째)이 14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허씨는 특히 시신의 수가 너무 많아 일부 시신은 바다에 버렸다고 증언해 충격을 안겨줬다. 허씨는 “나머지 시신은 시취가 흐르지 않게 비닐에 싸서 항공기로 모처에 이송해 해양 투기했다”고 했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해양투기가 인정되던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저는 목숨을 걸고 광주 시내를 왔다갔다 했는데도 저한테는 내무부장관 표창을 줘 찢어버렸는데 통합병원 원장은 전두환 정부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훈장의 서열 4번째인 훈장을 받았다. 이는 뭘 의미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당시 계급은 하위이지만 보직은 중령급이었고 광주교도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위치에 있었다”며 “광주 문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엮는 중심에 있었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고는 답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허씨는 “나는 지문 감식관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며 “발굴한 시신을 다시 묻을 수 없으니 통합병원에서 화장 처리했다. 통합병원 원장은 전두환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으며, 인근 민가에서 굴뚝 연기 때문에 장독 뚜껑을 못 열었다고 했다. (희생자) 화장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태우다 태우다 모자라서 용량이 넘치니 김해공항으로 빼가지고 해양투기를 해버렸다고 추정된다”며 “그때 소각한 유골을 광주시 청소부들을 동원해 모처에 매장시키도록 하고 보안 유지를 위한 급부도 보안사가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구의 시신을 소각처리 했는지 정확한 규모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5·18 유관단체는 최근 5·18 암매장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여러 군데에서 진행됐지만 유해발굴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행방불명자들이 암매장된 곳으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를 발굴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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