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중도 몰락 현실화…‘더 큰 분열’ 예고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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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리더십 위기 속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기존 정당 몰락 예고
제1~2당 의석수 줄이며 과반 확보 실패 …극우 성향 정치그룹과 녹색당 선전

제9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 정치의 중심축이었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 극우 정치그룹과 녹색당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브렉시트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유럽연합(EU)의 분열 양상은 향후 5년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는 5월26일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 출구조사와 17개국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치 그룹별 예상 의석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는 지난 5월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됐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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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분석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기성 정당의 몰락'이다. 유럽의회 의석수는 전체 751석이다. 유럽의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현재 의석수(217석)보다 43석 줄어든 173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제1당 지위는 간신히 지켰지만 크게 후퇴한 모습이다. EPP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의회를 주도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S&D)의 예상 의석수는 147석이다. 현재 의석수 186석보다 39석 줄어든 규모다. 이어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LDE) 그룹은 현재(68석)보다 34석이 많은 102석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반(反) 난민·반(反) EU 등을 내세운 극우 정치 그룹의 선전이 예상된다. 극우 성향의 3개 정치 그룹은 현재 의석수(154석)보다 17석 늘린 171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녹색당 계열도 현재 의석수 52석에서 19석을 늘려 71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프랑스의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24~24.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도성향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보다 높은 수치다.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개표 초반에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났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선거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브렉시트당이 이번 선거에서 1위를, 자유민주당이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치를 이끌어 온 보수당과 노동당이 외면당한 결과다.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펴 왔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집권여당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로써 EPP와 S&D의 연정을 통한 유럽의회 지배체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유럽연합 의회는 두 정치 그룹의 연정을 통해 꾸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의회 예상대로 나올 경우 두 정치 그룹의 의석은 320석에 불과하다. 과반(376석)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번 선거에서 선전이 예상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LDE) 등과의 새로운 연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가 진행되는 등 유럽 전역에서 EU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실시됐다. EU의 ‘역대급’ 위기는 비단 브렉시트 때문만이 아니다. 영국은 물론, 독일·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닥친 리더십 위기로, 이들이 중심추를 잡고 이끌어야 할 EU 역시 사분오열 사태를 맞았다. 그 비판의 목소리는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한편, 9대 유럽의회 선거의 유권자는 4억2700만 명에 달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50.5%를 기록하며 최근 20년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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