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몸부림…은행 점포가 사라진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30 11: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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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에서 해마다 100여 개씩 감소…점포 폐쇄 따른 금융 소외계층 피해 불가피

은행의 점포·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은행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되면서 지점 통폐합과 ATM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증가로 앞으로도 은행 점포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은행들이 점포 폐쇄 등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대면 거래에 익숙한 노인 등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역차별 해소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5월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 포함)는 총 3548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개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의 점포는 2015년 12월말 4000개 규모가 무너진 이후 매년 100여 개씩 줄며 현재 3500여 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3548개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6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1분기 국내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3548개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6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점포 수 증가

4대 은행의 ATM 감소 속도는 더 빠르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의 ATM은 2만2363대로 1년 만에 1805대 줄었다. ATM은 전년 말 기준으로 매년 1500대 이상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4대 은행의 ATM은 2만2476대로 1년 전보다 1694대 감소했다. 2017년 12월말에는 전년 대비 2105대나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점포 수가 1047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880개, 우리은행 869개, KEB하나은행 752개 순이다. 1년 전 대비 점포 감소 규모는 KEB하나은행이 14개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11개, KB국민은행 8개 순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보다 7개 증가했다. 이는 신한은행의 출장소(142개)가 1년 전보다 8개 증가했기 때문이다. 출장소는 지점처럼 똑같이 여·수신 업무를 보지만 지점보다는 작은 규모의 점포 형태를 갖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금고를 유치하면서 서울 지역 출장소를 5개 늘린 바 있다. 

ATM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감소 규모가 컸다.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ATM 숫자는 71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2대 줄었다. 우리은행도 5237대로 726대를 철수시켰다. 신한은행의 ATM은 5861대로 242대 줄었고, 하나은행은 4093대로 65대의 ATM을 정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이 대출 등 큰 금액의 금융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1년에 한 번도 가지 않는 고객도 많다”며 “여·수신이 모두 모바일로 가능하고 대출도 이제는 모바일에서 가능한 시대다. 은행 지점은 계속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점포 통폐합과 ATM 감축은 비용 관리와 맞닿아 있다. 점포 고객 이용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점포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 등 관리비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 시급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4대 은행의 일반관리비는 올해 1분기 3조33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44억원(13.7%)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의 일반관리비는 국내 은행 전체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2% 감소했다. 일반관리비가 5000억원 증가하고 대손비용도 1000억원 증가하며 비용 관리에 실패한 것이 순이익 감소 원인 중 하나였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일반관리비가 9708억원(14.6%↑)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KEB하나은행 8500억원(26.6%↑), 우리은행 8130억원(9.9%↑), 신한은행 7049억원(4.3%↑) 순이었다. 

은행 점포 유지로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핀테크 혁신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18년 중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5조34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2917억원(31.9%↑)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 실적은 2015년 2조원대에서 2016년 3조원대, 2017년 4조원대로 급상승하며 지난해 5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은행 창구 이용 비중은 8.8%로 1년 전(10.0%)보다 1.2%포인트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대료 등 건물을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관리비나 인건비를 생각하면 지점을 철수하는 것이 이익이다”며 “이럴 경우엔 불가피하게 점포를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비용 감축·비대면 거래 확대 따른 것”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대면 거래 축소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따라 고객 피해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응답자 중 ‘일반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최근 3개월 이내에 이용했다’고 답한 이는 6.3%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용한다는 70대 이상 노인은 0.1%였다. 60대는 최근 3개월 내에 18.7%만 모바일뱅킹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50대는 51%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은행 관계자는 “연령층이 높을수록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하락해 여전히 점포의 필요성은 존재한다”며 “다만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금융 서비스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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