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상조 “삼성 로비력,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특별취재팀: 구민주·김종일·김지영·오종탁·유지만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08: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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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특검 진술조서 통해 본 ‘삼성’과 ‘이재용’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2017년 2월12일, ‘삼성 저격수’로 유명했던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당시 한성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피의자 이재용 등에 대한 뇌물공여 등 피의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점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는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과거에나 통할 구태의연한 조직” “로비나 금력으로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커튼 뒤 숨은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미전실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아들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불신’을 꼽았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김 위원장의 당시 진술을 보자.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다 실패한 ‘e-삼성’ 이후로 그다지 이 부회장을 신뢰하지 않는 등 배려가 없어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예가 있는데, 이건희 회장이 2009년 형사처벌을 받은 후 사면을 받고 2010년 경영에 복귀한 무렵, 언론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대비해 자기 사람들 중심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고, 이 회장이 이에 대한 내부보고를 받아 이 부회장을 불러 보고서를 던지며 ‘이게 뭐냐?’고 소리를 쳤고, 이에 이 부회장이 무릎을 꿇으며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고 애원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2017년 2월12일 특검에 출석하는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 ⓒ 연합뉴스
2017년 2월12일 특검에 출석하는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 ⓒ 연합뉴스

삼성 사장, “무리한 게 아니라 무식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서도 당시 김 위원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한 이 부회장의 진술과 정반대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인해 2조원 이상의 시너지가 있을 거라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분석에 대해서도 “합병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왜 이렇게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로비를 했을까’라는 검사의 질문엔 이같이 답했다.

“이건희 회장이 언제 사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친(親)삼성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정권하에 확실히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마나 무리하게 진행하였는지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총 이후 김종중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번에 무리하게 하셨네요?’라고 하자 김 사장이 제게 ‘무리한 게 아니라 무식해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현재 자신이 수장인 공정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을 비롯해 삼성 합병에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특검에서 공정위의 삼성 봐주기 정황을 듣고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듣기 충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사 말미에 그는 “삼성의 로비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이번에 제대로 단죄해야 이 부회장에게나 삼성그룹 전체에 좋지 않을까”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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