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굳이 감춰야 할 ‘약점’ 아니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1 0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흰머리도 삶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 확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흰머리를 노출한 것이 화제가 됐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중국 리더는 모두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검은 머리는 당의 젊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시진핑 주석의 흰 머리 노출은 언론이 주목할 정도로 중국 지도부의 전통을 깬 사건(?)이었던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지도자의 관습처럼 이어오던 ‘검은 머리’ 전통을 깨고 ‘흰머리’를 노출했다. 중국 정부의 강경 정책을 친근한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요즘에는 흰머리 자체를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지구촌에 퍼지고 있다. 가깝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흰머리가 그런 경우며, 일본만 하더라도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그레이 헤어’가 유행이다. 영어로 흰머리를 뜻하는 그레이 헤어가 유행한 데는 일본인 작가 아사쿠라 마유미의 《그레이 헤어, 아름다운 마담에의 길》의 영향이 컸다. 가족력으로 어릴 때부터 흰머리가 난 이 작가는 18살부터 30년 가까이 염색을 해 오다 3년 전 중단했다. “어려지기보다 멋있어지기를 선택했다”는 게 그가 염색을 중단한 이유다. 일본 사진집 《그레이 헤어라는 선택》도 염색을 중단하고 흰머리를 선택한 배우, 디자이너, 주부 등 다양한 여성의 사진과 사연을 실어 인기를 얻었다.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핀터레스트에서 흰머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고잉 그레이(Going Grey)’의 2018년 검색 빈도가 전년보다 879% 증가했다. SNS에 흰머리 사진을 올려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은 멕시코 여배우 살마 아예크는 “어려 보이는 척하는 데 남은 젊음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