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있는 삶’으로의 초대
  • 이미리 문토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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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리의 요즘 애들 요즘 생각] ‘일상의 문화’를 위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작가 김민철은 저서 《하루의 취향》에서 이렇게 말했다. 취향이란 뭘까. 그는 단순히 옷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하는 것까지 남의 시선을 배제하고 나의 마음을 꼼꼼히 파악해 결정을 내리는 것을 ‘취향’이라고 정의한다.

취향이 있는 삶. 멋지지만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시작은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것은 왜 좋은지 나쁜지, 더 나은 것은 없는지 궁금해할 때 우리는 깊어질 수 있다. 취향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 대신 내 마음이 향하는 길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경험’. 매일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길을 걷는 것으로는 일상의 자장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새로운 것들과의 끊임없는 만남과 익숙한 것을 넘어서는 모험을 통해 자신의 선호를 확정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취향을 길러낼 수 있다.

‘교육’도 중요하다. 배우지 않고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르셸 뒤샹의 《샘》이 왜 위대한 작품인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은 어째서 매번 심금을 울리는지 그 맥락을 알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만 더 많은 영감을 내어주는 것들. 취향이 진정한 깊이를 가지기 위해선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문화 경쟁력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공연, 전시, 연극,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즐긴다.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의 경험이 자연스레 그 국가의 문화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81.5%로 15년 만에 80%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연평균 관람 횟수를 살펴보면 영화가 평균 4회다. 전시, 음악, 예술, 연극, 뮤지컬 등 그 밖의 분야는 0.5회에 미달해 여전히 문화예술 향유의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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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은 ‘아직’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0%는 연봉을 포기하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그중 88%는 ‘취미활동을 갖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도 전체 87%가 다양한 취미활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고 취미활동을 제대로 배운다면 훨씬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음은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정부는 문화예술시설 확충이 문화예술 향유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기대하에 관련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서울의 문화시설은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문화예술 향유의 양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의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취향이 있는 삶, 일상 속에서의 문화예술활동이 개인의 행복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를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유한 취향과 문화가 있는 삶이 우리를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일상 문화 정책과 새로운 시도들에 힘을 실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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