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돌리기 힘들면 ‘근막’ 이상 의심해 보라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0 16: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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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머리·목·어깨 통증 원인 ‘근막통증증후군’에 관심 높아져

“나는 항상 어깨가 천근만근 무겁고, 뒷골이 당겨.” “등에 담이 들었나 봐요. 목을 돌리기가 힘드네.” “팔목에 통증이 있고, 손가락이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이는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만 하네요.” 이런 사람은 혹시 근막에 이상이 없는지 의심해 볼 수 있다. 근막은 근육을 싸고 있는 얇고 투명한 막이다. 눈으로 잘 안 보일 뿐만 아니라 MRI(자기공명영상) 등 검사로도 이상을 찾기 힘들어 진단이 잘 안된다. 최근 근막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근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근막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650개의 모든 근육을 싸고 있다. 소시지 껍질처럼 근육을 감싸고 있어 근육이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고, 근육이 수축할 때 한 방향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근막은 많은 근육이 겹쳐 있음에도 서로 붙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팔뚝만 하더라도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이 겹겹이 있는데, 이 근육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근막에 의해 나누어져 있다. 근막은 이처럼 어떤 때는 강인하고 견고한 구조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탄력 있고 한없이 매끄러운 구조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① 근막은 근육 통증의 주범  

근육이 다치거나 만성적으로 긴장되면 근육을 싸고 있던 근막도 손상된다. 손상된 근막은 탄성을 잃고 뭉치거나 이웃 근막과 유착되어 단단한 띠를 만든다. 이것이 근육 통증을 일으키는 통증 유발점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여의사 자넷 트라벨 박사는 이런 질환을 근막통증증후군이라고 불렀다. 그는 통증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 통증 유발점을 찾아내고, 그 부위를 주사로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목통증, 어깨통증, 두통 등 여러 가지 근골격계 통증은 대부분 근막통증증후군과 관련되어 있다. 병원에서 어깨나 목 근육에 맞는 주사는 상당수가 근막을 치료하는 것이다. 

② 진단이 안 되는 통증과 기능상실

최근 근골격계 초음파검사가 보편화되고 이미지의 해상도가 좋아지면서 근육과 근막이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근막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주변 근육과 유착되어 서로의 기능을 방해한다. 이런 부분을 잘 찾아서 유착을 풀어주면 통증도 사라지고 기능도 회복된다.  

③ 전신 밸런스의 핵심 근막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근막은 각 근육을 싸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근육끼리 다시 한번 감싼다. 몸 전체를 여러 가지 흐름을 가지고 감싸고 있어 전신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뒷목부터 허리, 다리를 거쳐 발바닥까지는 근막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우리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오른쪽 어깨의 근막은 등에서 X자로 교차되어 반대쪽 다리로 내려가서 뛰거나 던지는 동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개념은 스포츠 선수의 기능향상에 이용되기도 하는데, 오른쪽 어깨가 아픈 투수의 왼쪽 종아리 근막을 치료하기도 한다. 한편 근막의 흐름은 동양의학의 경락 개념과  접목되어 보다 새로운 치료가 시도되기도 한다. 

결국 의학은 질병을 점점 현미경적으로 파고들어 세포나 분자 수준까지 규명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위성처럼 점점 멀리서 관찰해 몸의 전체 기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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