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의 기막힌 눈물 연기는 ‘음양안’ 덕분”
  •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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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배우 설경구의 인상은?

2003년 영화 《실미도》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래 《아바타》, 《명량》 등 해마다 몇 편의 영화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을 갱신했다. 이제 1000만 명의 관객 수는 한국 영화의 흥행을 판가름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다. 한 영화를 1000만 관객이 봤다면 국민 5명 중 1명은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영화배우가 1000만 관객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은 배우 자신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온갖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줄 수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한 편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영화배우의 카리스마와 인상이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1000만 관객 영화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의 인상에는 어떤 특징이 있기에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주·조연 배우가 되는 행운은 배우의 인상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 주선희 제공
ⓒ 주선희 제공

잘 생긴 눈썹이 설경구의 화려한 시대를 열다

1967년 5월 14일, 충청남도 서천에서 출생한 설경구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 2004년 《아는 여자》로 데뷔했다.   2000년 《박하사탕》으로 대종상영화제 남우신인상,  2002년 《공공의 적》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2003년 《오아시스》로 시애틀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2018년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1000만 관객 동원 영화는 《실미도》(2003년, 37세)와 《해운대》(2009년, 43세)이다.   
 
① 널찍한 이마, 명석하단 증거

설경구는 이마가 널찍해 명석하다. 그는 현장에 나오기 전 대본을 암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신이 찍을 차례가 되기 전 집중하며 바로 외운다 한다. 어떤 때는 슛이 들어가기 직전 감독에게 ‘대사 한번만 읽어 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하고도 일단 촬영을 시작하면 어느새 대사가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머리가 좋아서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인당 부분에 세로 주름이 있다. 예민하고 섬세하기 때문이다.

② 세심하다는 얇은 눈두덩이

눈두덩이 얇은 편이라 세심하다.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지만, 특히 영화배우들에게 눈은 많은 걸 표현하는 도구다. 많은 이야기를 담은 듯 섬세한 눈을 가진 배우는 복을 타고 난 것이다. 눈 한쪽은 쌍꺼풀이 있고 한쪽은 없는 음양안이다. 내성적인 면과 외향적인 면을 같이 가졌다. 한 영화에서 80년 광주로 출동한 신참 군인 김영호는 작전 중 여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고참이 들이닥치자 여학생에게 빨리 도망가라는 의미로 총을 쏜다. 그런데 그 총에 맞은 여학생이 어이없이 죽는다. 죽어서 늘어진 시체를 부여잡고 ‘어여 일어나 집에 가야지’라는 대사를 하며 흐느껴 우는데, 촬영하던 이창동 감독이 입을 막고 눈물을 참았다 한다. 이처럼 수줍은 듯 폭발적인 신들린 연기를 하는 것이 음양안의 장점이다. 전혀 다른 삶(역할)들 속에 본연의 자아를 완전히 녹여낼 줄 아는 진기한 능력은 ’연기’가 아니라 본능대로 움직이는 음양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③ 예술성 지닌 긴 코끝

코끝이 길게 내려와 예술성이 뛰어나다.  ‘연출가가 되고 싶으면 연극영화과에 가라’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 그런데 ‘감독을 잘하려면 연기도 해봐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로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점차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꽃잎》이란 영화에 이름 없는 배역으로 나왔는데, 유영길 촬영감독이 ‘너 같은 얼굴이 배우하기 좋아. 평범하기 때문에 네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어.’라고 말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한다. 사실 영화배우치곤 평범한 얼굴에, 미남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지 위에 물감을 그리듯 평범한 얼굴에서 광기와 살기 혹은 야비함, 애잔함, 뜻하지 않은 귀여움도 언뜻 비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첫사랑 순임을 중환자실에서 면회하며 너무나 리얼하게 콧물까지 질질 흘리며 우는 걸 보면 실감난다. 내려온 코끝에 답이 있다. 올라붙은 관골은 조용해 보이지만, 승부근성도 있고 지는 것을 싫어하며 성급하다. 배역을 맡으면 배역에 따라 몸을 20kg, 10kg씩 불리고 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변신을 꾀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나이 많은 노인 역할을 하며 특수 분장을 하는 대신 스스로 늙기를 자처하고, 10kg을 빼기 위해 하루에 줄넘기를 만 번씩 했다 한다. 사람들이 변신을 잘한다고 칭찬하자 정작 본인은 ‘변신은 무슨, 배우가 변신로봇인가?’ 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올라붙은 관골의 투지와 근성이다. 

- 원광디지털대학교 얼굴경영학과 13학번 신영옥 외
주선희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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