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해결 안된 갑을문제 많아…정부 더 노력해줬으면”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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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언련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선정된 《TV민생연구소》 MC 안진걸 소장

20여년을 참여연대에서 ‘민생’을 위해 일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2017년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주요 집회 현장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참여연대를 나와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들어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민생 문제 해결에 여전히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민생’이라는 키워드로 살아온 안 소장이 tbs TV 프로그램 《TV민생연구소》를 만나 MC가 됐다.

《TV민생연구소》는 민생 현안이나 정책 등을 알기 쉽게, 하지만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시상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언련은 “서민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라며 “특정 사건을 단발성으로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 속 이웃들이 겪는 부조리에 집중해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민의 권익, 약자의 시선을 대변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평했다.

실제로 《TV민생연구소》는 지금까지 모든 방송을 민생과 서민들과 관련된 이슈,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인 ‘을'들의 문제를 다뤄왔다. 안 소장을 통해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 시사저널 최준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TV민생연구소》가 최근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서민의 삶을 연구하는 ‘본격 민생 탐구 프로그램’이라는 기치가 인정됐는데.

“지금까지 모든 방송을 오로지 ‘을’들의 입장에서 조명했다. 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민언련에서 감사하게 상을 주셨다. 시민들이 응원해주셔서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방송법은 방송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질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 뿐 아니라, 소수자나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규정해 놨다. 방송법에 가장 충실한 방송이 되기 위해 제작진과 MC들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

 

이슈를 반짝 조명하기보다는 대안을 고민하고 직접 정책을 점검한다는 데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반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거나 짧게만 다루는 이슈가 많다. 50분 동안 민생과 관련된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을들의 목소리’를 다루니, 당사자들에게도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우체국 택배 노조 문제, 도로공사 수납원들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대안을 마련하려 뛰고 있다.”

 

이전에도 시민운동과 라디오를 통해 많은 민생 문제를 전달해왔다. 이번에는 직접 시청자들의 눈으로 민생 문제를 보고 느끼게 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생경제연구소 등을 통해 정책 제시와 이슈파이팅을 계속 해왔다. 지금도 방송이라는 ‘수단’이 아니라, 직접 이슈 파이팅을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시민단체들이 했던 활동을 방송을 통해 그대로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참여연대, 민생경제연구소의 ‘방송판’이랄까. 직접 국민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공부하고, 이슈를 선택하고, 회의를 한다. 더 다급하고 심각한 문제를 중심으로 전문가를 섭외하고 현안을 찾는다. 하나의 민생단체가 해왔던 일을 방송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50분 안에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할 수는 없다. ‘제작진의 민생은 어디로 갔냐’는 보람찬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웃음).”

 

안진걸 소장이 진행하는 《TV민생연구소》는 최근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안진걸 소장이 진행하는 《TV민생연구소》는 최근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TV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은 없나.

“라디오는 해봤지만 TV 생방송은 처음이다. 방송은 너무 힘들다. 너무 땀나고 긴장하고, 방송이 끝나고 나면 옷이 땀으로 젖더라. 생방송하는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다. 라디오는 내가 아는 것만 대답해도 됐다면, 지금은 진행을 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이슈들이라기보다는 무거운 소재들이 많다.

“사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기 쉽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저는 기본적으로 코믹한 사람인데, 너무 무거운 이슈들이 많아 코믹하게 진행할 수도 없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피눈물 나는 서민들의 이슈가 너무 많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을들의 문제’들이 가득한 것 같다. 영화 《기생충》을 보셨나. 거기 나오는 ‘대왕 카스텔라’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서는 사방팔방에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78회가 넘는 방송동안 기억에 남는 이슈가 있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랜차이즈 문제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로 먹고 산다. 최저임금도 못주고 있는 점주들, 최저임금을 받아야 먹고 사는 청년들. 저소득 자영업자, 최저임금 올라야만 숨통이 트이는 저소득 노동자들.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실 모든 이슈가 기억에 남긴 한다. 가락시장 하역 노동자들과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우체국 위탁 택배 조합원 노동자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방송이 나가면 당사자들과 같이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 정책 관련자들에게 이 사안을 알리고 있다. 단순히 사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같이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택배기사 노조는 우체국 물류지원단이 노조의 주요 요구를 전격 수용한 데 있어 《TV민생연구소》 역할이 컸다고 평가해주셨다.”

 

문재인 정부의 ‘을들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방송을 통해 청년정책 등을 총 망라해 소개하고 확대를 촉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느낀 것은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가 좋은 정책을 많이 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알려지지 못한 것들이 많다. 정책을 잘 알리고, 당사자들과 면밀한 소통을 해야 그 정책은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국민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린다. 산재나 안전사고도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갑을문제도 많다. 정부가 고군분투했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불평등과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민생에 두배, 세배, 열배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이슈와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방송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5시부터 50분간 생방송으로 이뤄진다. 민생과 직결되는 공익적 방송이지만, 뒤쪽 채널에 배치돼 있어 막상 국민들이 찾아보기 힘들다(IPTV채널 중 KT 214번, SK 167번, LG 245번에서 방영된다). 종편의 특혜를 없애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방송을 찾아보기 쉽도록 채널을 배정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슈와 정보에도 힘을 쏟고 싶다.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통신비 같은 부분이다.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조조할인제, 통신비 감면 방법 등을 비롯해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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