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나를 내려놓고 감독의 세계에만 집중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2 15: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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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식 누아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으로 돌아오다

김래원은 김래원만의 영역이 있다. 그 누구도 아닌 김래원만이 떠올려지는 역할, 이른바 ‘김래원식 누아르’가 그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김래원은 성공한 배우다.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래원이 이번에도 ‘찰떡 같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우연한 사건으로 시민 영웅이 된 거대 조직 보스 ‘장세출’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역전극이다. 누적 조회 수 1억 뷰, 누적 구독자 197만 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김래원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든 강점을 총집합한 ‘장세출’ 역할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 중이다. ‘장세출’은 거대 조직 보스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인물로 통쾌한 액션부터 유쾌한 코미디는 물론, 강렬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인간미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물이다.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것은 물론, 목포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해바라기》의 ‘오태식’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와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이며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레전드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래원. 그는 영화 《강남 1970》 《프리즌》 등에서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드라마 《펀치》 《닥터스》 《흑기사》에서는 여심을 사로잡는 로맨티스트 연기까지 소화하며 명불허전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제작 보고회에서 그를 만났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워낙 탄탄한 웹툰이라 애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출연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어요.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언급하면서 출연 제안을 주시기에 고민 없이 바로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원작 웹툰 《롱 리브 더 킹》의 가상 캐스팅 1위였다.

“기분 좋았지만 부담도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개봉을 앞둔 지금도 무척 떨리네요. 다른 작품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요(웃음).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님의 전작 《범죄도시》를 재미있게 봤어요. 현실성 있는 영화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았어요. 영화 속 모든 인물이 다 살아 있는 걸 보고 기회가 되면 감독님과 작업을 함께 하고 싶었어요.”

강윤성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영화 내용상 가장 적합한 배우를 찾아보자고 회의를 했다. 그중에 나온 첫 번째 배우가 김래원이었다. 만장일치로 캐스팅 제안을 했고, 바로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래원은 굉장히 집중을 잘하는 배우다. 촬영 내내 감탄했다”고 밝히며 김래원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강윤성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기존 작품들과 접근 방식이 달랐어요. 끊임없이 의논하고 듣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어쩌면 감독님은 제가 간절하게 바랐던 디렉팅을 제게 해 주신 것 같아요. 과거 드라마 《닥터스》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때도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치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감독님은 모두가 함께 만드는 영화라고 강조하셨어요. 큰 틀만 잡아주시고 배우들이 디테일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그 방식이 저와 잘 맞았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초반엔 조금 적응이 안 됐어요. 누가 봐도 NG라 생각할 때 강 감독님은 자연스럽고 좋다고 칭찬하는 거예요(웃음). 촬영 전날 밤을 새워서 고민을 해도 현장에 가면 모든 것이 바뀌어서 나중엔 대사를 안 외우고 갔어요. 외우고 가도 어차피 장면들이 다 바뀌니까요. 액션요? 많이 어렵진 않았지만 날씨도 추웠고 몸이 아프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감독님은 늘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힘을 많이 주세요. 좋은 리더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 없이 잘 마쳤어요. 코미디는 진지하게 하려고 했어요. 웃기려는 목적보다 그 순간 인물의 감정에 충실했죠.”

낚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연예계 유명한 낚시광이다.

“너무 좋아해 큰일이죠. 하하. 낚시와 연기의 공통점요? 무엇이 잡힐지 모른다는 것, 방법과 과정이 여러 가지라는 것,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결과가 좋다고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모른다는 것.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공통점이죠. 연기를 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요즘 또 다르게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안 보이던 게 보이기도 하는 걸 보면 나이가 들어가는 거겠죠?”

김래원은 낚시 프로들이 인정한 연예인 최고의 낚시꾼이다. 섬에 들어가면 한 달씩 안 나올 정도로 낚시에 푹 빠져 있다. 최근 낚시 예능에 출연해 고기가 있는 수심층을 완벽히 파악해 전문가다운 포스를 드러내는가 하면, 쉴 새 없이 적정 포인트를 공략하며 화제가 됐다.

《해바라기》 이후 역대급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소속사 식구들이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연기 중에 가장 좋다는 거예요. 주변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 놀라웠어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기보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와 호기심이 컸던 터라 그의 탁월한 도구가 돼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굉장히 컸어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달라 보이는 것이 있다면 오롯이 감독님 덕분일 거예요. 저 자신을 내려놓고 오직 그의 세계에만 집중했으니까요.”

캐릭터 자체도 참 매력적이다.

“이미 시나리오상에서 영웅이기에 ‘멋있어야 한다’고 염두에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심지어 이 인물은 자기가 멋있는 줄 모르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죠.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만 해도 장세출이 이렇게까지 매력적인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빠져들긴 하더라고요. 방식이 어떻든 이 남자의 진실한 사랑이 감동적이었고, 추진력과 순수함이 좋았어요. 그런 표현 방식이 참 재미있었어요. 연기를 할 때도 작위적인 고민을 내려놓고 그의 방식대로 직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래원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 강윤성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가 한몫했다. “강 감독님이 있는 현장에 더 머물며, 더 배우고 훈련받고 싶다.”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로 또래 배우 중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지금 이 순간도 무섭게 질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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