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해준다며 돈 받은 행위, 죄가 성립 될까
  • 남기엽 변호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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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11회 - 마약 구해준다 약속, 무죄인 이유

“난 천재되고 싶어서 하는 거임.”

마약을 구해달라는 메시지 하나가 잘 나가던 아이돌은 물론, 국내 음반시장을 주무르는 거대 기획사 사장까지 사퇴하게 만들었다. 마약은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일까. 허락된 것은 맞다. 그런데 음악은 물질이 아니다. 그래서 마약이 아니다(마약은 마취 효과가 있고 오래 복용하면 중독되는 물질을 뜻한다).

언뜻 과학적으로 정의될 것만 같은 마약은 실은 정치·경제적 산물이다. 당장 ‘진퉁 마약의 입문’, ‘지옥으로 가는 길’로 포장되는 대마는 앨리스 먼로의 캐나다, 고흐와 렘브란트의 네덜란드에서는 합법이다. 사실 대마는 각성제가 아닌 진정제이다. 역사도 깊다. 뽕나무과의 한해살이풀인 대마(大麻)는 기원전 8000년부터 재배되었고, 기원전 5000년에 중국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익숙한 삼베옷의 재료도 대마이고, 밧줄은 대마로 만든 것을 상등품으로 쳤다. 돛·모기장 등에도 쓰였다.

대마가 제품이 되면 ‘마리화나’라 불리는데 의외로 미국에서도 1937년까지 합법이었다. 그럼 왜 마약이 되었을까. 유명한 음모론 중 하나는 경쟁 산업 기업들의 개입 때문이다. 대마는 대량생산이 가능하였던 유일한 천연섬유였는데, 화학섬유와 목재퍼플 시장 확대를 노렸던 듀퐁사와 허스트사가 매카시즘을 이용해 대마 산업을 고사시켰다는 것이다.

술과 담배는 마취 효과와 중독성이 있는 대표적인 물질임에도 마약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명하다. 술을 금지한다 생각해보라. 이미 저 둘은 우리 사회 너무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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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DA(미국약물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대마초는 담배나 술은 물론 카페인보다도 의존성, 금단증상 및 내성이 낮다. CDC(미국질병관리본부)는 2010년 미국에서 흡연에 의한 사망이 48만명, 알코올에 의한 사망이 2만5000명이라 밝혔지만 대마에 의한 사망은 한 명도 없었다. 2014년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대마는 담배와 다를 바 없다. 술보다 위험하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선언한지 20년이 지났지만 범죄율은 합법화 이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그러니까, 대마초를 구해준 경우 헌법소원 등을 통하여 이런 식으로 변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로폰은 어떨까. 다음 예시를 보자.

각계각층에 인맥이 많았던 아이돌 가수 A는 사랑을 했다. 필로폰도 해봤다. 그런 A의 취향을 저격했던 모델 B는 필로폰 효과가 궁금했고 A에게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A는 의기양양하게 구해주겠다며 2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 거주하던 힙합가수 C에게 부탁했지만 C는 미국에 살면 다 필로폰을 하는 줄 아느냐며 화를 냈다. 결국 A는 필로폰을 구해주지 못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4조 ①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0조 ①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알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까칠한 검찰에 불려간 A는 마악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범죄를 저질러 결과가 발생하면 ‘기수’이고, 중간에 멈췄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미수’다. 이 경우 미수범으로 처벌될까.

‘미수’가 되려면 본 칼럼 10회 ‘여성 집 문 앞까지 쫓아간 남성, 강간미수 될까?’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범죄행위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매매죄는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때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물건을 인도하고 돈을 받으면 기수가 된다.

A는 200만원에 필로폰을 구해주기로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200만원도 ‘수령’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A가 필로폰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필로폰 매매행위에 근접·밀착한 상태에서 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유를 보면 갸우뚱해진다. 매매행위에 근접·밀착한 상태라는 문장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변호사가 봐도 한 눈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무죄인 이유는 사실 간명하다. ‘매매대상’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형법 제289조에 의하여 처벌받는다. 여기서 ‘사람’이란 지구상 존재하는 70억 인구 모두를 뜻할까. 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에게 탄자니아의 수도 도도마 차이낭갈리 70번지 거주 여성을 판다며 돈을 받은 경우 인신매매죄가 성립할까.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인신매매의 ‘매매대상’은 자신의 실력적 지배, 즉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사람(예를 들어, 납치하여 감금한 경우)을 뜻하기 때문이다.

필로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소지하였거나 적어도 당장 거래가 가능하도록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A의 경우에 그러지 않았다. 필로폰을 소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바로 필로폰을 구할 수 있는 채널도, 인맥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예비·음모는 처벌하지 않기에 위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실행의 착수 개념은 좁게 해석되어야 한다. 마약에 관련하여 실제로 밀접한 행위가 개시되지도 않았다.

☞결론 : 마약 구해준다며 돈 받은 행위, 죄가 되지 않는다.

남기엽 변호사
남기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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