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달창, ‘달빛 창문’ 줄임말인 줄 알고 썼다”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6.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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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막말’ 논란에 답변
문재인 정권에 대해선 “신종 권위주의” 주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월20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자신이 제시한 경제청문회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도가 (토론회에) 나오면 어떤 형식이든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청와대에서 조만간 추경 포기 선언을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경제청문회를 할 수 있는 협상의 마지노선이 있느냐'는 토론 패널의 질문을 받고 "경제의 큰 틀과 방향은 경제부총리보다는 청와대가 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경제청문회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당이 추경만 있으면 경제 실정(失政)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것에 대한 종합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현 예산에서) 3조원가량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굳이 추경을 들고나와 논란을 일으키고 야당 탓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 뒤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나 좌파 포퓰리즘적 반기업 정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현금을 나눠주는 선심성 복지정책이 다수"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경제청문회' 등 조건을 붙이면서 합의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오히려) 민주당이 합의 과정을 생중계하듯 한 것에 실망했다"며 "(민주당 측에서 협상) 문구를 나에게 제시하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얘기를 했고, 만나자고 전화하기도 전에 3당 원내대표가 만난다고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질문에는 "그(인사청문회) 전에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 중 우선 통합 대상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는 "대한애국당보다는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정당의 형태도 그렇고 인적 숫자도 더 많다"면서 "애국당과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같이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월20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월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일부 네티즌과 친여 성향 인사들이 한국당 인사들을 향해 '토착왜구'란 표현을 쓰며 '친일 논란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좌파 정당의 우파 정치인에 대한 친일파 낙인찍기"라며 "이 정부의 역사 논쟁도 우파 정치인을 친일 프레임에 가두려는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패스트트랙 때 일본 만화 캐릭터가 있는 양말을 신었는데, 이를 '토착왜구'의 증거라고 하더라"라며 "이런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나 원내대표는 ‘달창’ 등 여성 비하적인 성격을 지닌 속된 말를 쓰는 등 과격해진 발언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냐는 토론 패널의 질문을 받고, “일부 기사에 ‘문빠’ ‘달창’(이란 단어가) 있었다. 기사에 ‘문빠’라고 하니 (달창은) ‘달빛 창문’이구나 해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이미 사용된 말이어서 속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답변이었다. 그는 “나쁜 말을 축약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용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바로 사과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언론은 너무하더라. 계속 보도하고, 민주당은 시위하고 시도당별로 성명을 내더니 사설로 쓰더라”며 일부 언론을 겨냥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막말은 잘못한 부분이 분명 있고,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한국당에 ‘막말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말의 원조는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엔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공격했다. 또 “막말 프레임이 야당의 건전한 비판을 막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황교안 대표의 '외국인 차등임금' 발언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대우하자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외국인 근로자 연수기간 문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또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원내대표 임기가 12월 중순까지인데 의원님들이 추인해주시면 6개월 더 할 수가 있다"며 "당연히 서울 동작구에 다시 출마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는 “전임 정권을 부정하기 위한 보복정치를 자행하고 사법부·선관위·언론 등을 장악해 사실상 생각이 다른 세력을 억누르는 것은 공존을 거부하는 신종 권위주의”라고 현 정부에 포문을 열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초강력 정부 간섭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이 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교란되고 일자리가 실종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대북정책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후 “우리 정치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며 “상대를 궤멸과 고립의 대상으로 여기는 적대정치를 넘어서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공존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에 입각한 권력 분산을 위한 정치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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