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는 언제부터 ‘미운털’이 박혔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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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전국 42개 자사고 운명 결정

전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자사고 폐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사고 폐지론에 힘이 실리면서, 전국 42개 자사고 모두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자사고는 언제부터 ‘미운털’이 박히게 된 걸까. 자사고 폐지 논란을 되짚어봤다.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고3 수험생들이 전국학력연합평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 ⓒ연합뉴스
고3 수험생들이 전국학력연합평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 ⓒ연합뉴스

1. 첫 선 끊은 상산고, 0.39점 차로 탈락…자사고 ‘전부 폐지’ 가닥?

전북도교육청은 6월20일 전주 상산고가 재지정을 위한 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인 79.61점(기준 80점)을 받았다며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장관이 지정 취소에 동의할 경우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외에도 다음달 초까지 전국 24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다.

첫 선을 끊은 상산고가 지정 평가에서 탈락함에 따라, 남은 23개 자사고 역시 폐지를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자사고는 초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2020년까지 전국 42개 자사고에 대한 평가가 끝난다. 결국 자사고의 운명이 내년 안에 결정되는 셈이다. 

 

2. 외고‧자사고 폐지는 文정부 철학…100대 국정과제 포함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는 예견됐다.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 중 하나로, 이번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이미 외고‧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문 대통령은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되어버렸다”면서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 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당시 대선에서 유승민‧안철수‧심상정 후보자 모두 외고‧자사고 폐지 관련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같은 흐름은 ‘대세’로 통했다.

 

3. 자사고 폐지 남은 쟁점은?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폐지 드라이브에 자사고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상산고는 즉각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이번 평가는 자사고 평가라는 원래 목적은 무시한 채 정해진 결론인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과 편법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산고 측은 “다른 시도교육청은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제시하는데 유독 전북도교육청만 80점으로 상향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1000여 명은 자사고 재지정을 요구하는 길거리 행진을 벌였다. 또 서울 소재 22개 자사고 교장단 모임인 서울시자사고교장연합회는 지난 6월17일 “교육의 자율과 미래를 걱정하는 학부모, 관련 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항거할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온다면 즉각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 대응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북교육청이 다른 시도교육청보다 기준 점수를 높게 설정한 것이 ‘절차상 문제’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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