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보수의 위기는 왜 계속되는가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1 09:00
  • 호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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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나 싶더니 여름입니다. 녹음의 싱그러움이 눈에 밟히던 계절이 지나고 더위가 몰려옵니다. 아파트 정원 느티나무는 어느새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하루하루의 계절 변화가 눈에 쏙 들어왔는데 도시는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더라도 자연의 변화는 이 순간에도 계속됩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식물들도 이렇습니다.

하물며 정권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권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를 읽고 제대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그 정당을 신뢰하게 될 때 비로소 권력이 주어집니다. 과거의 관습과 언행에 머무른다면 절대로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이래서 나옵니다. 지금 시대의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읽어내고 적응하려는 지난한 노력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변화에는 늘 고통이 따릅니다. 얻음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버림이 있습니다. 바뀐다는 것은 버림을 통한 거듭남입니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통스럽습니다. 익숙한 것들, 낯익은 사람들과의 결별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안주하면 망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한때 잘나갔던 숱한 기업들의 멸망사가 그런 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변화의 핵은 사람입니다. 특히 리더입니다. 수십만 명의 직원을 둔 회사일지라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는 소수입니다. 정당도 마찬가지고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견은 내지만 결정권이 없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습니다. 용기 있는 몇 명, 비전과 소명 의식 그리고 시대정신을 체화한 이들이 변화를 이끕니다. 물론 변화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수 대중을 동참시키는 소통과 공감 능력이 필수적이지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6월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6월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에 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찍혔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2년여가 지났지만 보수의 재구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황교안-나경원 두 사람의 리더십으로 난국을 헤쳐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새 시대에 대한 비전과 시대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상대에 대한 비판, 수동적인 이슈 대응으로는 마음을 얻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열성 지지자들에게 갇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이라도 선뜻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두 리더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보수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고 총선을 앞두고 요동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자연의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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