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 이겨내는 방법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2 17:00
  • 호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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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동물사전] 반려동물 세상 떠난 후 겪는 상실감과 우울증…공감할 이들과 교류 중요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세다. 사람보다 5배 짧은 삶을 살고, 5배 빨리 노화하는 셈이다. 사람보다 세상을 먼저 떠나갈 것을 알고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지만, 그 존재를 떠나보내는 순간은 어김없이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은 이렇게 오랜 시간 가족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겪게 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뜻한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상실감이 큰 이유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맺는 독특한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외모, 성격, 배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는 경우가 많지만, 반려동물은 자신을 선택한 보호자에게 변함없고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한다. 또한 혼자 사는 것과 달리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밥과 물을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고 시간을 내 함께 놀이를 하거나 특히 개의 경우 꾸준히 산책에 동행해 줘야 한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상실은 한 동물을 잃는 것과 동시에 내 생활의 상실이기도 하다. 이별에 따른 공허함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펫로스 증후군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된다. 증상의 강도도 약간의 우울함부터 심한 경우 두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등 신체증상까지 나타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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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에 비해 ‘펫로스’ 대응 취약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이 예전부터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이를 위한 전문의료센터가 갖춰져 있어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약을 처방받는 게 자연스럽다. 같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의 모임도 어렵지 않게 찾아 참여할 수 있다.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야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관련 증상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이나 전문기관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만한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하는 것이다. 반대로 감정을 숨기고 스스로를 지나친 죄책감으로 몰아세우며 고립되는 건 좋지 않다. 안타깝게도 아직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을 잃고 괴로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인 혹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감추거나, 심지어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냈을 때 느끼는 상실감과 우울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이 반려동물일지라도 맺은 유대가 깊다면 상상하지 못할 큰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펫로스 증후군을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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