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인성 리스크, 갈수록 커지는 이유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6 10: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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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 시대, 이미지와 실체를 구분하기 시작한 대중들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또 한 차례의 논란을 치렀다. 논란의 주인공은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 지난 6월25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도화선이 됐다. 그 글에 의하면 강현석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60만원을 빌렸다. 약속한 날짜가 지났지만 수차례 기한을 미뤄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소송까지 걸었지만 “처음 빌려줄 때 언제까지 갚으라고 말은 했냐. 민사 넣느라 고생했고 결과 나오면 알려 달라”는 식의 태도에 격분했다고 한다. 사실 60만원이 적어 보이지만 피해자는 당시 자신이 25살, 강현석이 24살이었기 때문에 결코 적은 건 아니라고 했다. 소송까지 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는 결국 강현석의 집을 찾아가 부모님을 만난 후 돈을 받게 됐지만 당사자인 강현석은 끝내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현석은 그 글이 사실임을 인정했고, 사과했으며 소속사에서 퇴사하고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에서 함께 하차한 이승윤은 엉뚱한 피해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매니저 강현석이 “잘못했지만 성실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방송에서 이승윤의 방송 출연 기회를 얻기 위해 PD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구직(?) 활동을 했던 강현석이었다. 실제 이승윤은 방송 기회를 많이 얻었고 이제 막 전성기가 열리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강현석의 과거사를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송에서 보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돌아보면 《전지적 참견 시점》에 유독 많았던 논란들이 새삼스러워 보인다. 시작부터 미투 논란에 하차한 김생민이 있었고, 곧바로 이영자의 어묵 먹방 장면에 세월호 참사 속보를 편집해 넣는 사건이 벌어져 방송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황광희의 신입 매니저 유시종의 일진설이 불거져 매니저는 퇴사하고 황광희는 하차했다. 최근 들어 몇몇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들은 매니저와의 지나친 수직적 관계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도대체 이 많은 논란과 사과, 하차의 연속은 무얼 말해 주는 걸까. 그건 지금의 방송에 더 엄밀해진 진정성에 대한 요구를 말해 주는 건 아닐까.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한 장면 ⓒ MBC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한 장면 ⓒ MBC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를 보는 또 다른 시선

지금을 관찰카메라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면 쉽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를테면 MBC 《나 혼자 산다》가 요즘은 얻기 힘들다는 10%대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유지하고 있고, SBS 《미운 우리 새끼》가 무려 20%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물론 《전지적 참견 시점》도 지금은 갖가지 논란이 겹치면서 시청률이 6%대로 떨어졌지만 한때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기도 했다. 그만큼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그 어떤 형식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그간 그만한 화제만큼의 논란도 쏟아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올해 초 버닝썬 사태가 터지며 승리를 ‘위대한 승츠비’로 캐릭터화했던 일들이 논란이 됐다. 마이크로닷의 이른바 ‘빚투 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잔나비 최정훈 논란까지 겹치면서 한때 프로그램에 쏟아지던 호평 일색은 이제 호불호로 나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안84는 이 프로그램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연일 논란의 주인공이 돼 사과를 반복해 왔다. DDP 패션쇼 민폐 논란이 그랬고, 그가 그리는 웹툰이 야기한 장애인 비하, 인종차별 비하 등의 논란이 그랬다. 이런 사정은 《미운 우리 새끼》도 마찬가지다. 초창기부터 여기 출연하는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결혼관이나 성인지는 늘 논란이 돼 왔다. 또 기행을 일삼는 출연자들의 행동이 논란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관찰카메라가 다른 것도 아닌 출연자들의 일상을 관찰한다는 점 때문이다. 일상에 담기는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진짜라고 믿게 만들었던 방송의 이미지가 실제 사건에 의해 가짜라는 게 판명 나면서 공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관찰카메라는 평범한 사람도 집중해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그만한 인지도와 매력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것이 진짜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대중들에게 더더욱 첨예한 지점이 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대중이 관찰카메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진짜 모습’

관찰카메라는 형식적 특성상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일상은 흘러가는 것이고, 그것을 영상에 그저 담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찰카메라는 그 흘러가는 일상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거기에 자막이나 편집을 통해 ‘집중’시킨다. 《나 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이 기안84나 박성광 전 매니저 임송 같은 인물을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바로 이런 ‘선택과 집중’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송이 스토리텔링해 낸 인물들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바람직함’이나 ‘멋짐’에 열광한다.

물론 그건 방송의 특성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 인물조차 잘 몰랐던 좋은 인성적인 면들을 카메라가 발견해 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제작진이나 출연자가 모두 진정성을 갖고 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좋은 결과다. 만일 어느 쪽에서건 다른 목적을 갖거나 혹은 진짜와 다른 면들을 숨기거나 했을 때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시청자들이 관찰카메라를 통해 무엇보다 원하는 게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느 순간 그것을 이탈하는 어떤 면들이 드러나게 됐을 때 그 이미지 메이킹은 고스란히 인성 리스크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의 강현석 매니저 논란이나 《나 혼자 산다》의 잔나비 최정훈과 유영현에게 불거진 논란의 과정을 보면, 방송이 내보내는 이미지와 다른 실체에 대한 폭로가 이제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송이 이미지 메이킹을 해도 그것을 반박하거나 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면 이제는 그 길이 열린 셈이다.

이러니 더 이상 이미지는 관리될 수 없고, 만들어질 수도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관찰카메라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인물의 매력을 끄집어내려 하지만, 다른 면은 언제든 폭로될 수 있다. 인성 리스크는 그래서 이제 방송처럼 주목을 받게 되는 인물들에게는 모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됐다. 인성 자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다. 관찰카메라 같은 프로그램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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