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 국내 대출금 반년 새 3조원 회수…‘금융보복’ 전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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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은행 4곳 여신, 작년 9월 21조원에서 18조원대로…금융위 “다른 데서 빌릴 수 있어”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 자금은 18조원이 넘는다. 이들 은행이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하면 한국은 일시적으로 돈줄이 묶일 수밖에 없다. ‘금융경색’에 부딪히는 셈이다. 일본이 최근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에 이어 이러한 방법을 악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17년 4월 도쿄 중심가에서 눈에 띈 미쓰비시파이낸셜 그룹 로고 ⓒ 연합뉴스
2017년 4월 도쿄 중심가에서 눈에 띈 미쓰비시파이낸셜 그룹 로고 ⓒ 연합뉴스

7월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야마구치 등 4개 일본계 은행이 국내에 빌려준 돈은 총 18조29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국내 여신 규모는 외국계 은행의 총 대출금 74조3100억원 중 24.6%를 차지한다. 중국계 은행(3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런데 그 규모는 과거에 비하면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일본계 은행 4곳의 국내 대출금은 21조815억원에 달했다. 세 달 뒤인 지난해 12월엔 19조5195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올 3월 18조원대로 또 떨어졌다. 6개월 만에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도로 거둬간 것이다. 

원래 일본계 은행은 국내의 일본계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 창구로 활용돼 왔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서다. 여기엔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과 2016년 실시된 마이너스 금리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자금 회수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투자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가속화시킬 거란 전망도 있다. 반도체 소재의 국내 수출 규제에 이어 또 다른 보복조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당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7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돈을 빌릴 수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국내에 직접 투자한 자금은 회수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주식과 채권 시장 투자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고 송금 제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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