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데이터대로 생각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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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로 안방극장 복귀한 지진희

지진희에게는 많은 모습이 있다. 한 여배우는 인터뷰에서 인생 멘토나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지진희를 꼽았다. “지진희 선배는 연기자로서 멋있기도 하지만 사람 자체가 멋있다. 바르고, 성실하고, 신사적이다.” 지진희와 인터뷰를 수차례 했던 연예부 기자는 “반전 매력이 엄청나다. 근접하기 힘든 중후한 외모지만 알고 보면 동네에서 ‘치맥’을 하면 딱 좋을 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진희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소위 ‘아재개그’를 능청스럽게 쏟아내 분위기를 이끌기도 한다. 이렇듯 그는 능수능란하다. 멋있고, 성실하고, 유쾌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믿고 보는 배우 지진희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호평 일색이다. 인생작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중견 연기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미드 원작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열리던 국회의사당이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하고,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승계 서열에 따라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서 지진희는 타이틀롤에 가까운 박무진을 연기한다.

ⓒ 하은정 제공
ⓒ tvN

원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없다면 말이 안 되죠(웃음). 저 역시 미드 《지정생존자》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 중 한 명이에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이 배역을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도 했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사실 ‘주문’ 같은 거죠. 한국에서 제작하게 되면 내가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섭외 제안이 와서 안 할 이유가 없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나이, 생김새 등 분위기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이런 제 마음에 힘을 준 사람이 감독님이셨어요. 잘 어울린다고 똑같이 말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안목이 있으시구나’ 싶었죠(웃음). 대본을 봤을 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이 없고, 데이터대로 생각하려고 하는 모습이 실제의 저와 꽤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걱정스러운 부분은 없었나.

“리메이크 작품이다 보니 원작과의 차별성이죠. 우선 우리나라는 미국과 헌법이 다르기에 극의 상황이 달라져요. 미국은 하나의 적이 있다면 우리는 남북관계부터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잖아요. 그래서 대본을 받았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지금 처음 말씀드리지만,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대본을 넘기면서 ‘정말 잘 쓰시는구나’ 하고 감탄을 하거든요.”

역할을 소화하면서 모델이 된 대상은 없었나.

“따로 모델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박무진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상황에 있는 분과 공통점이 없거든요. 박무진은 굉장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에요.”

출연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호흡은 어떤가(지진희를 비롯해 이준혁, 허준호, 강한나, 배종옥, 김규리, 손석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이 역할과 어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동료 배우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개성이 너무 다른 분들이에요. 그게 또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고, 확연히 다른 배우들이 완벽하게 조화됐을 때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 느꼈어요. 튀는 사람 한 명 없이 조화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라 더욱 의미가 있어요.”

극 중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역할이다.

“대본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죠. 응원도 해 주고 덮어주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생깁니다. 맞아요.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두렵고 떨리고 걱정돼요.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인간적인 것 등등 어떤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그 숙제가 제게 끊임없이 주어지기에 긴장하며 촬영하고 있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이렇게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이렇게 하나가 돼서 조화를 이루기란 쉽지 않아요. 그리고 매 신마다 배우들이 희생하고 배려해요. 이상적인 분위기에서 연기를 하고 있고, 아마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스타들이 탄생될 거예요.”


《60일, 지정생존자》의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할의 지진희와 야당 대표 윤찬경 역의 배종옥의 대립각을 높이는 열연이다. 배종옥은 “내가 맡은 윤찬경은 박무진이 권한대행이라는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게끔 자극을 주고, 그 권력을 넘는 순간 견제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한 뒤 “극에서는 대립 관계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완전히 반대다. 지진희씨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촬영장에 갔는데, 능청스럽게 ‘선배님, 요즘 어떤 드라마 하세요?’라고 물었다. 《지정》 한다고 하니까 지진희씨는 《생존자》 한다고 하더라. 그게 지진희씨의 매력”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에 지진희는 다소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선배와의 호흡이 중요하기에 농담을 많이 던졌는데 그거 하나 기억해 주시는군요”라며 입을 열었다. 지진희는 “선배의 첫 느낌은, 귀엽고 새침했다. 또 예뻤다, 였다. 근데 ‘와! 예쁘다’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예쁘다’의 느낌이었다(웃음)”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배종옥과의 대립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철저히 대립 관계죠. 하지만 박무진 입장에서 봤을 때 윤찬경은 멋있는 지도자고, 한편으로는 기댈 수 있는 멋진 지도자이기도 하죠. 사실 선배님은 워낙 다른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제가 감히 어떻게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예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또 할 수밖에 없어요.”

현장에서 후배들이 보는 지진희는 어떤 선배일까. 함께 드라마에 출연 중인 3명의 배우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차갑고 지적이고 말 한마디 걸기 어려운 선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분위기 메이커다. 《60일, 지정생존자》의 코미디 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지진희와 부부로 열연 중인 김규리)

“지진희 선배님의 유머 코드가 참 좋다. 게다가 선배님은 내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뭘 해도 좋다고 격려해 주신다. 현장에 가는 길을 설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박무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킹메이커 차영진 역의 손석구)

“촬영장에서 본 선배님은 소년 같기도 하면서 ‘아재개그’를 굉장히 재밌게 한다. 게다가 이번 캐릭터와 전무후무하게 잘 어울리는 분이다.”(정책비서관 정수정 역을 맡은 최윤영)

이렇듯 지진희는 좋은 연기자이자 좋은 사람으로 대중들과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것이 ‘배우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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