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 규제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젊은 기업인이 규제로 애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잘못해 놓인 덫이 발목을 옭아매는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7월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관문식 규제 심의를 넘기 위해 젊은이들이 낭비하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며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규제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법의 테두리는 넓어진 반면, 자율 규범이 들어 설 자리는 줄고, 각종 규제가 사라지면 토탈 케이오스(total chaos·총체적 난국)가 올 것 같은 공포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업들이 솔선해서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당국에서도 기업이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만 법에 담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선진국형 규범’으로 간주했다.
이날 박 회장은 선진국형 규범 공론화를 포함해 ‘규제 플랫폼 점검’ ‘수출 규제 대응’ 등 3가지를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관해선 “모두가 힘을 모아 대통령이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의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낸 적도 있다. 앞서 박 회장은 7월3일 페이스북에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 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또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날 제주포럼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박 회장은 한국 정치권을 두고 “밥 짓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밥그릇 가지고 싸우는 모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입장차를 드러낼 때마다 양국 언론에 민낯이 등장하니 지금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