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 검찰 요직 독식하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2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임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론

“옥에 티가 낫다. 돌에 난 티는 아무도 모른다. 반면 옥에 난 티는 티만 보이게 마련이다.”

차기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현역 검찰 고위 간부의 말이다. 그는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검찰총장에 오른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윤 지검장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면서 “그러나 윤 지검장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인사청문회 거짓말 논란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검찰 고위급 인사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과 적폐 수사 등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16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안을 승인했다. 윤 신임 검찰총장 임기는 7월25일 0시부터 시작된다. 이로써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6번째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됐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윤 지검장은 국회에서 모든 국민이 보는 가운데 위증을 했다. 이런 사람이 검찰총장이 돼 수사한다면 그 결과를 국민이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5년간 17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2년간 16명으로 신기록 수립은 이제 시간문제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시킨 독선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7월1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7월1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야당 반대에도 임명 강행…여론도 싸늘

여론 역시 싸늘해졌다. KBS-한국리서치의 7월11~12일 여론조사 결과,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기 때문에 검찰총장으로서 결격 사유라는 응답이 50%로, 관련 당사자들이 해명했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응답 36%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문회 이후 윤석열 후보자의 검찰총장 직무 수행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선 낮아졌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CBS-리얼미터의 7월12일 여론조사에선 ‘임명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46.4%로 집계됐지만, ‘임명하면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41.7%로 나타났다. 이는 청문회 전 긍정 49.9%-부정 35.6%에 비해 부정적 의견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윤 지검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당장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검찰 내에선 “윤 지검장은 ‘자기 사람’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결국 ‘윤석열 사단’이라는 또 하나의 기득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는 여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검찰총장 중에 ‘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있었느냐”면서 “윤석열 사단으로 특검에서 같이 일하셨던 분들, 중앙지검에서 현재 특수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지목된다. 윤석열 사단이 좋은 자리를 독식하지 않게 해 달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사단엔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비롯해 여환섭 청주지검장,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후곤 대검 공판송무부장,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 이두봉 1차장검사, 박찬호 2차장검사, 한동훈 3차장검사, 이노공 4차장검사 등이 거론된다.

이 밖에 양석조 특수3부장, 김창진 특수4부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 진재선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부장, 박주성·김영철·조상원 부부장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6월24일자 “서초동에 ‘칼잡이’들이 모여든다” 기사 참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윤 지검장이 청문회에서 “친형제와 다름없다”고 밝힌 윤대진 검찰국장이 0순위였다. 하지만 윤 국장의 친형인 윤 전 세무서장과 관련한 논란으로 임명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특히 한국당이 윤 전 세무서장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라, 윤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를 경우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 간부는 “윤 지검장이 윤 검찰국장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소나기는 피해 가는 법이다. 올해 인사에선 거리를 두고, 내년 인사에서 중앙지검장이든 대검 차장이든 주요 보직에 앉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서울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대진, 이성윤, 조남관, 한동훈(직책 생략)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왼쪽부터 서울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대진, 이성윤, 조남관, 한동훈(직책 생략)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인사부터 적폐 수사까지 ‘산 넘어 산’

이에 따라 이성윤 반부패부장과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부장과 조 부장은 모두 노무현 정부와 연을 맺고 있다. 이 부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했다. 이 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조 부장 역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을 역임했다.

한동훈 3차장의 ‘깜짝 발탁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 3차장은 윤 지검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한 3차장은 윤 지검장과 함께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2003~04년 대선자금 사건, 2006년 현대차 사건 수사를 함께 했고, 문재인 정권에선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기용되면서 윤 지검장과 손발을 맞춰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법농단 수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역시 한 차장 작품이다”면서 “한 차장이 중용될 것은 확실하다. 다만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27기)는 부분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호(號) 검찰의 ‘제1호 수사’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적폐 수사의 마지막 사건으로 남은 이명박(MB) 정부의 ‘자원외교’를 지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5월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가스전 등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을 밝혀 달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MB정부 자원외교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았다”면서 “노 비서실장의 청와대 입성과 발맞춰 검찰에서도 자원외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에서 자원외교와 관련한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