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재신임 받을 자신 없는 듯하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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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른미래당 혁신위 정상화 요구하며 8일 째 국회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

바른미래당의 오랜 내홍을 수습할 희망이었던 혁신위원회가 7월11일 주대환 위원장의 돌연 사퇴로 시작도 전 좌초 위기에 처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현 지도부의 재신임을 묻는 청문회와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혁신안은 회의 테이블에 제대로 오르지도 못한 채 갈 곳을 잃어버렸다.

혁신위원 9명 중 한 명인 권성주 위원은 주 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한 이튿날부터 ‘혁신위 정상화’를 요구하며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7월19일 단식 8일 차, 당 회의실 한 편에 펼쳐진 간이 침대에 몸을 기댄 권 위원은 그새 체중이 7킬로그램이 빠져 있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겨우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손 대표와 현재 당 상황에 대해선 날 서고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권 위원은 “(손 대표가) 어제(18일) 밤, 술을 드신 듯한 상태로 따로 찾아와 ‘자신의 퇴진만을 위한 단식에 동조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당원들로부터 제대로 신임을 받을 자신이 없어 도망만 다니는 것 같다. 쓰고 있는 왕관을 견딜 자신도 없으면서 왜 움켜쥐려고만 하는지 목적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단식 과정에서 손 대표 측근이라 불리는 일부 당원들로부터 “짜장면 먹은 것 아니냐”는 등의 ‘조롱’을 받은 데 대해서도 “그 분 주변에 이런 사람들밖에 없나 안타까웠다”고 심정을 밝혔다.

7월19일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인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시사저널 박은숙
7월19일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인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시사저널 박은숙

 

국회 내 단식을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국회 직원들이 실제로 단식 시작한 날부터 약 4일에 걸쳐 쫓아내려 했다. 국회에서 현역의원이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건 불법이라며 나가라고 해 계속 실랑이를 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국회 본청 안에서 시위한 사례들이 없지 않았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말들로 날 쫓아내려는 게 더 지키게 했다. 그 분들을 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한 누군가로부터 계속 그런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여기 있는 걸 불편해 하는 이들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어떤 기분이었나.

“특별히 대응을 안 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한마디씩 비하하고 조롱을 했다. 안타까움이 가장 컸다. 지지자를 보면 그 정치인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존경했던 손학규 대표님의 최측근들이었다. 그의 지지단체 대표도 있었고, 손 대표님이 직접 임명한 우리 당 한 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런 분들이 조롱을 하며 지나가는데 ‘아 대표님 주변에 이런 사람들밖에 없나’ 안타까웠다.”

손 대표 측은 일부 극성당원의 행동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던데.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게, 누군가가 그들과 약속을 해 국회로 들어오게 했을 거고, 그분들이 유인물을 배포하려 하기도 했는데, 이를 출력해 전달한 사람이 손 대표 수행비서이기도 했다. 일부 극성당원의 일탈, 돌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손 대표, 밤에 찾아와 ‘내 단식에 동조 못하겠다’ 했다”

 

손 대표는 그간 아무 말 없었나.

“지나가는 길에 그냥 빨리 끝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어젠 밤11시쯤 갑자기 찾아오셨다. 술을 좀 드시고. 내 앞에서 트림까지 하시더라. 당신께선 내 단식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 동조할 수 없냐' 물으니 자신의 퇴진을 위한 단식 아니냐 하더라. 우린 당대표 퇴진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저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자는 것이었는데 손 대표 측에서 이를 잘못 받아들인 거라고 생각하나.

“그냥 당원들로부터 제대로 신임을 받을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말이 있는데 그 왕관을 견딜 자신도 능력도 없으면서 그걸 왜 움켜쥐려 하시는지 그 목적을 잘 모르겠다. 지금 당내 지도부에 대한 분노를 끝낼 수 있는 건 당원들로부터 다시 신임을 얻는 걸 텐데, 그걸 외면하고만 있다. 혁신위에선 대표 측에 ‘당원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시간도 주겠다’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전부 ‘기승전퇴진’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도망가기만 하니 참…

주대환 위원장 사퇴가 굉장히 갑작스러웠던 것 같은데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나.

“주대환 위원장이 7월10일 오찬회의를 주재했고, 그 자리에서 혁신위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혁신안을 가결했다. 그 자리에서 주 위원장이 이튿날인 11일 대변인을 통해 혁신안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라고 지시했고, 그 다음날인 12일 최고위원회의에 당신이 혁신안을 직접 들고 가 보고하겠다고까지 얘기했다. 이렇게 얘기 나눈 녹취록도 다 있다. 그런데 11일 오후 2시30분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2시에 주 위원장이 사퇴 입장을 밝혔다. 우리에게 한 마디 언질도 없었다. 그것도 놀라웠는데 사퇴하면서 우리를 ‘검은 세력’이라고 한 데 더 놀랐다. 본인이 젊은 사람들로 혁신위를 꾸려놓고 이 젊은이들을 그렇게 비하하며 ‘계파의 전위대’라고 일컫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후엔 어떤 대화도 나누지 못했나.

“사퇴 직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남아있는 혁신위원들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계신다. 전화를 달라고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다. 언론엔 계속 ‘검은 세력’ ‘계파의 전위대’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와는 다시 얘기할 자신도 없으시면서 그렇게 언론에다만 우리를 비하하고 계시니…(한숨)”

젊은 혁신위원들을 조종하는 이른바 ‘검은 세력’으로 특정 유승민계 의원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미 사퇴한 혁신위원 일부의 장난질인 것 같다. 언론에 근거 없는 내용들을 퍼뜨리는 것 같은데 그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7월12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권성주 제공
7월12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 ⓒ권성주 제공

 

“주대환 위원장, 돌연 사퇴 후 혁신위원들 연락 일절 안 받아”

당 지도부가 신임 혁신위원장 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혁신위 활동 기간도 얼마 안 남지 않았나.

“전혀 노력을 안 하고 있다.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혁신위를 재개시키기 위한 진정성이 1도 안 보이고 손 대표님은 ‘혁신위는 나를 퇴진시키기 위한 조직’으로만 보시는 것 같다. 손 대표님이 직접 만든 혁신위이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원장까지 추천하며 꾸린 건데, 지금 남아 있는 위원들이 어떻게든 혁신위를 다시 끌고 가 보겠다며 노력하고 있는데도 외면만 하고 계신다. 남겨진 위원들은 무슨 잘못인가.”

바른미래당 내홍이 워낙 길고 깊어서 이젠 쪼개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보시나.

“바른미래당이 창당을 결정했을 때 주창한 게 있다. 당시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결합’이란 표현을 썼다. 국민들도 이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그 후 국민들이 기대한 창당 선언대로의 모습, 진짜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한 번도 제대로 보인 적이 없었다. 그 사이, 창당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던 세력들이 우리 당에 깊숙이 들어와 당 정체성을 흐트려 놓고 당이 추구한 가치를 변질시켜왔다. 그러다보니 원래 이 당이 갔었어야 할 방향에서 벗어나 표류했다. 그래서 이번에 혁신위를 꾸릴 때 ‘이제 진짜 바른미래당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게 잘 진행되지 못해 안타깝다.”

단식을 통해서도 혁신위의 재가동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지도부가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나설 계획인가.

“(한숨)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니다. 우린 그 사람들이 만든 당규대로 주장한 거다. 당규상 회의 내용을 상정하는 게 의무화 돼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건 완벽한 당규 위반이고 직무유기다. 현재로선 그저 손 대표님께서 정치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고 당규를 준수하겠다는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일말의 양심도 보이지 않는 이 사람들을 상대로 단식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내가 쓰러져서 여기서 실려 나간다 한들 그분들이 눈이나 깜빡할지,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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