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앞에서의 음란 행위, 무죄인 이유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19.07.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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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13회 - 여성 앞에서 음란행위
유죄가 되려면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 필요해

얼마 전 일이다. 어느 청년이 연락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진 그는 얼핏 봐도 멀쩡해 보이는 친구였다. 어렵게 입을 연 그는 자신의 행위를 고백했다. 술을 먹고 길을 가다 마침 젊은 여성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하여 따라갔다. 건물 안까지 따라 들어간 그는 여성 뒤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여성이 놀라 경찰에 신고하자마자 바로 도망쳤고 현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답했다. 나도 장난기가 많은데 모니터로 한 번 얼굴을 쳐봐도 되겠냐고. 그것은 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은 억울한 표정으로 “잘못한 것은 맞지만 신체적 접촉이 없는데 추행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과 현실의 괴리를 느낀 지점이었다.

사실 청년의 행위가 명백하게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안의 경우 바라보기만 하였을 뿐 폭행 또는 협박이 명백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대법원은 유사한 사례에서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일이 있다. 청년은 당시 실력적 지배 상황이 없었던 점,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던 점을 주요 변호 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성기 노출만으로 강제추행이 될까.

그렇다면 다른 케이스를 보자. 재수생 A는 학업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속칭 특목고를 나온 그는 주변과의 비교로 홀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가 학업에 지장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이 “너만 잘하면 되지 왜 굳이 비교를 하느냐”고 다그쳤지만, 그는 “인류사는 원래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욕구로 굴러가는 인정사”라며 자신을 정당화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이 정말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도구적 지식과 지식인의 도구화. 대학·자본·권력의 '삼각동맹'을 깨트리기 위해 그는 일탈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기로 결심했다. 길을 나섰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그 지점에 다다랐을 때쯤, 지나가던 여성을 바라보며 욕설을 했고 바지와 함께 ‘삼각팬티’를 벗었다. 여성은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도주했고 근처 편의점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A의 운명은 알 수 없게 됐다.

경찰은 A를 붙잡았고 A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지만 만진 것도 아닌데 무슨 강제추행이냐며 버텼다. 결국 검사는 A를 강제추행죄로 기소하였다.

1심 법원은 강제추행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보여주기만 하였을 뿐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는 것.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을 해야 되는데 여기에서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 쉽게 말해 상대방 반항이 어려워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의 판결은 2심 법원에서 깨졌다. 2심 법원은 A와 ① 피해자가 처음 보는 사이였으며 ② 욕설을 한 사실이 있고 ③ 성기를 보여준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되므로 강제추행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또 대법원(3심)에서 깨졌다. A가 성기를 보여준 사실은 인정되었다. 하지만 ① 피해자에게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하지 않은 점, ② 성기를 보여준 장소가 차량이 주차된 도로로서 공개된 곳인 점, ③ 피해자는 언제든 시선을 돌리면 성기를 보지 않을 수 있었던 점, ④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의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들게 할 수는 있어도 그 수단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기를 본 사실은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성적 결정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글을 읽으면서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법원을 욕하는 것은 제일 편한 방법이다. 그러나 효과적이지는 않다. 법원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왕정에선 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죄가 되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호통이 사실상 판결이다. 그러나 계몽주의, 근대 공화정으로 넘어가며 나온 죄형법정주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단정한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미리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형법 298조는 ‘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자’를 처벌한다. 그러니까 폭행 또는 협박이 없다면 강제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 사안에서 A가 바지를 벗어 성기를 보여준 행위는 그 누구도 보기 싫고 수치심을 느낄만한 것이지만 저 행위를 폭행이나 협박에 포섭하는 것은 자의적 확대해석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은 법관의 몫이 아니다. 별도 입법이 필요한 이유다.

여성 앞에서 음란행위, 강제추행죄가 되지 않는다.

※사족

A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에는 해당한다. 왜냐하면 여러 명이 볼 수 있는 상태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 농구선수, 야구선수 등이 해당 혐의로 입건되거나 유죄판결을 받는 등 관심을 받게 됐다.

사실 공연음란행위로 침해되는 성적수치심이 강제추행으로 침해되는 성적수치심보다 결코 낮다고 볼 수 없음에도 공연음란죄의 법정형은 강제추행죄(10년 이하의 징역,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매우 낮다(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균형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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