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 같아”…한국당, ‘대일 항전’ 앞장선 조국에 비난세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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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정부 비판하면 친일로 모는 한심한 작태” 김무성 “당장 해임해야”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례적 대응…‘文대통령 입’ 자처한 듯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월23일 국회에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월23일 국회에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일본의 무역 보복 속 대일(對日) 여론전에 앞장서 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월23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지금 급한 것은 외교적 해법인데, 청와대가 사법부 판단과 외교적 괴리를 메울 생각은 없고 나서서 간극을 키우고 있다"며 "의지해 보겠다는 게 고작 반일감정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친일로 몰아가는 한심한 작태"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또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나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는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조 수석의 '친일·반일' 프레임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경제 실패와 외교·안보 무능을 커버하려는 새로운 프레임"이라며 "이것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한 '20년 장기집권'의 거대한 음모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를 주관하며 "(조 수석을 앞세운 청와대가) '겁먹고 쫄지 말라'며 결사항전을 외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몰상식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조 수석을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정수석이 나서 반일 감정을 부추겨 국민을 선동하는 행위는 이성을 잃은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라면서 "조 수석의 선을 넘는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지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도 조 수석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비정상적 상태'라고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정진석 의원도 "우리가 아마추어식 대응을 하면서 일본 우익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졌다. 결국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의 승리에 보탬이 된 꼴"이라며 "'반일·반한' 분위기의 본질은 '반(反)아베·반(反) 문재인'이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은 문 대통령이나 아베나 똑같다"고 했다. 

조 수석은 지난 7월13일 이후 페이스북에 일본 보복 관련 게시물 40여건을 올리며 여론전에 앞장서고 있다. 외교 실무를 담당하지 않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것도 개인 SNS에서 쏟아내는 강경 발언은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조 수석이 문책을 당하거나 한국당 일각의 요구대로 해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조 수석의 '이례적 대응' 뒤엔 문 대통령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은 정권 출범 때부터 함께하며 검찰 개혁 외에도 많은 국정 철학을 긴밀히 공유해 왔다. 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강한 정치적 발언을 문 대통령 대신 해줄 적임자가 조 수석이었을 거란 해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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