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1명 목숨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수사 일단락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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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차 수사 때 책임 피한 SK케미칼‧애경, 과실치사 및 증거인멸 혐의 드러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다시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2011년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책임자 3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6년 수사에서 처벌을 피한 업체들에 책임을 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12월1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장에 다양한 가습기 살균제가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7년12월1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장에 다양한 가습기 살균제가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7월23일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국정감사 자료 등 기밀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환경부 서기관 최아무개(44)씨 등 26명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수사에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최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대의 흡입독성 보고서, 유공 연구원의 연구노트를 압수 분석한 결과 제품 개발 단계부터의 과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1994년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해 흡입독성 시험을 의뢰했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대 연구팀은 안전성 검증을 위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SK케미칼은 2000년 가습기 살균제 사업을 인수해 2002년부터 애경산업과 제조‧판매 업무를 재개했지만, 이때에도 안전성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SK케미칼은 건강 유해성을 묻는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없이 제품을 계속 제조·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SK 직원들이 정보를 일부 은폐하거나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피해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업체들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 증거인멸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케미칼 임직원들은 2013년 조사가 시작되자 서울대의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겼다. 애경산업과 이마트도 2016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각종 증거자료가 저장된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컴퓨터 등을 고의로 폐기했다.

진상을 규명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사건 무마를 도운 것도 새롭게 포착됐다. 환경부 서기관 최아무개씨는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 금품을 받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기밀자료를 유출해 수사에 대비하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아무개(52)씨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의 소환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산모와 노약자, 영유아 등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역학조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수사는 진행되지 못하다가, 5년이 지난 2016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대표와 관계자 2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고, 이 가운데 신현우 전 옥세리켓벤키저 대표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이번 검찰 수사는 1차 수사 때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CMIT‧MIT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뒤늦게 밝혀지며 재개됐다. 시사저널은 ‘[단독] “CMIT·MIT 사람에게 유해” 해외 임상 결과 확인(2016년 6월8일자)’ 보도를 통해 이 물질들의 유해성을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환경부까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월19일 기준으로 6476명이다. 이중 142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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