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에 끼어 등 터지는 원브랜드 가맹점
  • 박지호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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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H&B(헬스앤뷰티) 스토어만 1500개…기존 원브랜드 점주들, 수익 ‘반 토막’ 호소

K뷰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모든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파는 ‘편집숍’과 한 브랜드의 제품만 파는 ‘원브랜드숍’이 그것이다.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화장품 편집숍은 ‘잘되고 있는’ 한 축을 맡았다. 한때 K뷰티를 이끌었던 미샤·에뛰드·스킨푸드·더페이스샵 등 원브랜드는 ‘잘 안되는’ 나머지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나마 분리돼 있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던 양쪽은 최근 원브랜드숍 제품이 편집숍에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갈등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편집숍이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원브랜드숍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시코르 아이파크몰 용산점 ⓒ 시사저널 최준필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편집숍이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원브랜드숍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시코르 아이파크몰 용산점 ⓒ 시사저널 최준필

‘올리브영’ 매장 폭발적으로 늘어

국내 H&B(헬스앤뷰티) 스토어는 1500개가 넘는다. 그중에서 1위는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 세일은 20대에게 뉴스가 된다.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 주변에는 올리브영이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 곧 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올리브영 매장은 1200여 개. 폭발적으로 매장 수를 늘릴 때는 1년에 200개씩 늘어나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최근 밀집도가 높은 서울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방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매출 추이도 가파른 상승세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출은 2014년 631억원에서 2015년 7603억원, 2016년 1조1270억원, 2017년 1조4360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조를 넘어선 2조84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가 운영하는 H&B스토어 롭스도 올해 매출 30% 증가를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매출 증가율이 각각 110%, 100%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2017년 70%, 2018년 20%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매장 수도 2014년 30개, 2015년 53개, 2016년 87개, 2017년 96개, 2018년 124개, 2019년 현재 128개로 매년 두 자릿수씩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타사 전략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롭스와 올리브영, 롯데시네마와 CGV가 그런 관계”라면서 “규모 면에서 1위와 차이가 나지만 롭스 역시 외형을 키우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론칭한 ‘한국판 세포라’ 시코르도 있다. 시코르는 앞선 매장들과 달리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들여놓는다. 시코르 매장은 론칭 첫해인 2016년 1개에서 2017년 6개, 2018년 20개, 2019년 23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매출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지만 “계획 대비 10% 초과 달성 중”이라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세포라까지 가세하면서 편집숍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는 10월24일 강남 파르나스몰에 한국 1호 매장을 오픈한다. 2020년까지 온라인 스토어 포함해 6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물론 이마트가 운영하는 부츠(Boots)는 내실화를 내걸고 최근 점포 정리에 나섰다. 현재 운영 중인 33개 중 18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기존 점포 수익 분석을 통해 효율이 낮은 점포에 대해 폐점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상호명을 바꾼 랄라블라 역시 매장 수가 자꾸만 줄고 있어 고민이다. 2014년 104개였던 랄라블라 매장은 2015년 113개, 2016년 128개, 2017년 186개로 점차 늘다가, 지난해 168개로 줄어들었다. 올해 7월 기준 점포 수는 152개다. 랄라블라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역시 ‘점포 내실화’를 이유로 들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BI 변경 이후 간판 및 인테리어 변경 등 대규모 재정비를 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포 개발을 통한 추가 출점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지의 문제”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이제 ‘화장품 사러 가야지’가 아닌 ‘올리브영 가야지’라고 말한다”면서 “국내에 1000호점이 생겨나는 동안 ‘화장품=올리브영’이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뇌리에 깊이 박혔다”고 설명했다. 승자독식의 법칙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지방에서 로드숍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곧 매장을 닫겠다고 본사에 통보했다. 매출이 한창 잘 나오던 2013~15년에는 한 달 매출이 1억원을 찍기도 했지만 현재는 3000만원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전년 대비 50%나 줄어든 금액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매출이 부러진’ 셈이다. 수입은 줄었지만 임대료, 제품 구입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인 탓에 수중에 남는 돈은 제로다. 직원까지 내보내며 인건비를 줄였지만 소용없었다.

 

일반 가맹점은 테스트 숍으로 전락

이 점주는 “내가 폐점하면 매출이 그만큼 빠지게 되니까 계약기간만이라도 지켜 달라고 본사 측은 말하지만 적자밖에 기대할 게 없다”면서 “내가 있는 시내상권은 이미 망가졌고 주택상권도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장들이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라면서 “본인들이 잘나갔을 때만큼의 권리금 회수를 못한다. 매장이 팔리지도 않기 때문에 일단 끌고 가고는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자와 만난 대부분의 점주들이 지목하는 현 어려움의 원인은 ‘대세의 변화’였다. 편집숍과 각 화장품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몰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일반 가맹점은 ‘구매 전 테스트하기 위해 들르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브랜드 매장만의 특수성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익수 전국아리따움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가맹비를 부담하면서 장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특정 제품을 우리만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곳에서 다 파는 제품을 팔겠다고 장사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맹점 존립의 당위를 지켜 달라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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