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판정승’에 난처해진 김승환 전북교육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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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육감이 재량권 일탈”…상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 ‘부동의’
전북교육청 “퇴행적 결정” 반발…전국시도교육감協 대응도 촉각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적정성도 부족하다.”(교육부) “퇴행적 결정으로 얻는 것이 무엇이고, 잃는 것이 무엇인지 알길 바란다.”(전북교육청)

‘상산고 자사고 논란’이 교육부와 전북교육청 간 갈등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뒤집고 상산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산고의 ‘일반고화(化)’를 주장해온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전북교육청이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은 것”이라며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김 교육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 간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율형 사립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 ⓒ시사저널 박정훈
자율형 사립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 ⓒ시사저널 박정훈

"재량권 일탈 맞다"…상산고 손 들어준 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상산고를 포함한 자사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전북교육청이) 이를 정량 지표로 반영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며 전주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요청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지난 6월 발표된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 보다 0.39점 부족한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전북교육청이 올해 자사고 평가를 하면서 타 시·도보다 10점 더 높은 80점을 기준점으로 제시해서다. 평가 항목의 적절성도 문제가 됐다. 일례로 상산고는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의무가 없다. 그러나 전북 교육청은 교육부가 지난 1월 사회통합전형의무선발비율을 10%까지 확대하라고 권고했다며, 이를 자사고 정량 평가의 항목으로 반영해 논란을 빚었다.

박 차관은 "전북교육청은 2014~18년까지 매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해 상산고가 제출한 3%를 승인해줬다"며 "(상산고가 사회통합전형 비율) 정량평가 기준인 10%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기에 평가의 적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앞서 상산고가 자율적으로 신청한 3%를 승인해놓고, 뒤늦게 평가 기준은 10%로 높여 떨어뜨렸다는 취지다. 다만 교육부는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을 다른 교육청보다 10점 높게 설정한 점과 기타 평가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차관은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3년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력 강화방안’에 명시된 자사고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확대를 권장하는 공문을 상산고에 보냈지만, ‘일반고만 해당된다’는 취지의 문구를 포함시키는 바람에 정확한 안내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평가의 적정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전북교육청 거센 반발…전국시도교육감 움직임도 촉각

김승환 전북교육감 ⓒ시사저널 박은숙
김승환 전북교육감 ⓒ시사저널 박은숙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상산고는 자사고 지정취소 위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 상산고의 자사고 자격 박탈 위기에 처하자, 법적 대응 등을 예고했던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26일 상산고 총동창회는 성명서를 내고 “교육정책의 변경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해야 하며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동창회 측은 이어 김 교육감이 지난 1년 7개월간 전북교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동창회는 “(김 교육감이) 아집과 독선으로 전북교육을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불공정과 탈법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더 이상 상식에서 벗어난 무리수 행정을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교육 수요자들을 위한 소임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2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김 교육감의 재량권이 어떻게 남용됐고, 또 얼마나 부적절했는지가 밝혀진 것”이라며 “앞으로는 전북교육청이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전북교육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에 나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교장은 이어 “김 교육감이 만약 다시 반발한다면 이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는 증거로, 학부모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26일 오후 4시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상산고 갈등은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전북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부동의 결정은 실망이라는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던져 주었다”며 “이것은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며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는 김 교육감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 장관이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이 교육부에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이행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각 시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며 김 교육감의 입장을 대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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