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선수권, 호평과 오명 사이 ‘절반 성공’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9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비용·고효율’ 성공 모델 제시…무사고·안전 ‘성공 대회’
국민들 수영 친밀도 상승·국내 저변 확대 달성은 ‘회의적’
성몰카 사건부터 클럽붕괴·성추행까지 오점으로 점철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저비용 고효율’ 절약대회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네 수영대회에서나 볼 법한 후진적인 행정과 잇단 사건·사고로 오명을 남겼다는 측면에서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광주시의 “역대 가장 성공적 대회”라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다소 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역대 최대 규모, 세계적인 평화스포츠 도시로 ‘우뚝’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 경기장인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 경기장인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세계수영선수권은 동·하계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다. 이번 광주수영선수권은 국내에서 치러진 국제대회 중 가장 적은 비용인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한 성공적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를 찾은 해외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각종 공연과 체험으로 남도의 멋과 맛, 흥을 전달해 큰 감동을 안겨주는 등 ‘문화 대회’로서도 빛이 났다.

특히 ‘평화의 물결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광주대회는 광주가 세계적인 평화스포츠 도시로 우뚝 서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 모자람이 없었다. 대회 전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입장권 판매율과 대회 준비 소홀, 교통난, 그리고 테러 발생 우려는 지금까진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진행도 비교적 매끄러웠다. 대회운영과 지원의 두 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1만5000여명의 자원봉사자·시민서포터즈 등 광주시민과 유관기관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대회조직위원회의 열의 ‘덕분’이었다. 

이용섭 대회 조직위원장(광주시장)은 28일 폐막식에 앞서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회는 국제수영연맹(FINA)이 인정한 역대 가장 성공적인 세계수영선수권대회”라고 했다. 이어 “광주에 한국수영진흥센터를 건립하고 수영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회 유산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 대회’ 광주의 맛과 멋, 민주주의 전 세계에 알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인혼영 400m 4연패를 달성한 ‘철녀’ 카틴카 호스주(30·헝가리)가 역영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인혼영 400m 4연패를 달성한 ‘철녀’ 카틴카 호스주(30·헝가리)가 역영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우선 ‘저비용 고효율’ 대회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이번 대회 총사업비로 2244억원을 썼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5.24%,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비 11%,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비 36.3%, 2011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대비 62.8%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짠물 대회’였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적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시설을 최소화해 대회 이후의 운영·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광주시는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임시 수조를 사용해 과감하게 시설비를 줄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창고에 묵혀있거나 버려질 예정이던 물품들을 재활용해 사용하면서 운영비도 아꼈다. 이용섭 시장은 “선수촌을 일반 시민에게 주거공간으로 분양할 예정이라 사후 관리에도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안전과 운영 분야에서도 17일 대회 기간 단 한건의 대형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그야말로 안전한 대회를 실현했다. 

광주의 맛과 멋, 민주주의는 전 세계를 홀렸다. 일정을 쪼개 국악 공연, 한복 체험, 사찰 음식, 정보통신기술(ICT) 등 각종 체험행사에 참여한 외국 선수들은 가는 곳마다 ‘원더풀’, ‘뷰티풀’ 이라는 감탄사를 쏟아내며 남도의 자연과 문화를 즐겼다. 그런가 하면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서 한국 민주주의에 이정표를 세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도 어느 대회보다 컸다. 대회 기간 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5·18민주평화기념관, 국립5·18민주묘지, 5·18기록관 등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실상과 의미 등을 알아보려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캐나다 선수단이 역사가 숨 쉬는 천년고찰 백양사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캐나다 선수단이 역사가 숨 쉬는 천년고찰 백양사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광주수영대회 조직위

오점 투성, 후진적 행정 국제적 망신 ‘자초’

하지만 여러 오점도 남겼다. 대회 개막 직전까지 잔뜩 기대했던 북한선수단의 참가가 끝내 무산되면서 초장부터 삐걱거렸다. 대회 개막 이틀 날인 14일 한 일본 남성 관람객이 카메라로 몰래 준비 운동을 했던 여자 수구 선수들의 신체를 찍다가 검거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대한수영연맹의 고질적인 무능행정으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초반 ‘KOREA’라는 국가명도 없이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린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수영연맹의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된 촌극은 연속됐다. 비규격 수영모를 지급받은 오픈워터 수영 국가대표 선수도 경기 직전 퀵서비스로 받은 수영모에 펜으로 ‘KOR’을 직접 써넣고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후진적인 아프리카식 행정이라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대회 초반 썰렁한 경기장이 많았던 점은 커다란 ‘흠’이었다. 이번 광주대회는 입장권이 개막 전 사실상 완판될 정도로 일찌감치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입장권 판매율은 88.7%(32만7452매)였다. 입장권 수입도 판매 목표액인 75억원을 초과해 77억3100만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관중들이 경기를 실제로 관람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특히 관중 편향 현상이 두드러져 밤늦은 시간이나 비인기 종목,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일부 경기는 ‘선수보다 관중이 적은 현상’까지 나타났다. 

입장권을 놓고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타 지자체나 공공기관, 단체 등의 품앗이 입장권 구매나 강제 할당 판매가 많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또 경기장 빈 좌석 상당 부분을 시민서포터즈가 채워 일부에선 ‘서포터즈대회’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나마 경기 중후반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출격하는 경영 일정(21일)에 돌입하면서 많은 관중이 자리를 지키면서 열기가 고조되면서 이를 만회했지만 ‘옥에 티’였다. 

홍보 실패도 ‘옥의 티’다.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데도 TV중계조차 쉽게 찾을 수 없었다. 21~22일 한국 수영 메달 기대주로 꼽혔던 김서영(여자 개인혼영 200m)의 예선~결승 경기 정도가 유일하게 TV로 생중계됐을 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한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는 대부분 하이라이트로 접해야 했다. 홍보용 광고도 지역 언론매체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전국에 대회 소식 노출과 관심도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흥 클럽 붕괴사고와 성 추행 사건을 접하고 나서야 광주수영대회 개최 사실을 알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아직은 수영이 ‘마음먹어야’ 할 수 있는 운동인 대한민국에서 2019 광주선수권대회는 핸디캡을 안고 시작했다. 그래서 광주시와 조직위원회 역시 대회 개최 목표를 국민들의 수영 친밀도 상승과 국내 저변 확대로 잡았다. 하지만 이번 광주대회가 이 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해묵은 관제 동원 논란 재연

관제 동원 등 해묵은 논란도 불거졌다. 광주시는 노쇼 현상이 나타나자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명령이 떨어지면서다. 이 시장은 16일 광주 남부대 주경기장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보다 적극적인 응원과 관람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자 광주시는 ‘집중관람 및 경기장 입장방법 안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해 각 부서에 돌렸다. 공무원이나 시 산하기관 직원은 공무원증이나 사원증을 제시하면 동행인원까지 무료입장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날짜별 실국별로 몇명을 동원했는지 실적도 보고하게도 했다. 공무원증만 있으면 일행들까지 공짜로 입장시키다보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대회 폐막 하루 전에는 경기장 인근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한 유흥 클럽이 붕괴돼 국내외 선수 상당수가 다치는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나면서 외신들이 앞 다퉈 보도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급기야 폐막식 날에는 외국 남자선수의 성추행 사건까지 발생해 성 몰카 사건으로 시작해 막판까지 잡음으로 점철됐다는 혹평이 나온다. 

광주시는 국내 선수 경기력과 대한수영연맹의 미숙한 행정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수영인들에게 ‘문화도시 광주’의 이미지를 깊이 심어준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를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사건·사고 없는 안전한 대회로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높은 시민의식 덕분이다”며 “남은 마스터즈대회가 끝날 때까지 안전 대회로 마무리하기 위해 긴장을 끈을 놓지 않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