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농업과 첨단기술 병존하는 새로운 도시로”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4 14: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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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 “밀양 르네상스의 완성은 25만 자족도시”

“밀양시는 지난 5년간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승인과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 농업기반 확대 등을 통해 경남 중심 도시로의 도약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밀양시 비상의 화두는 ‘르네상스’라며 나노피아 꿈의 도시 건설과 사계절 매력 있는 관광도시, 농업의 6차 산업화, 시민이 안전한 도시 등을 주요 시정 방향으로 꼽았다.

1970년대 경남 밀양 인구는 27만 명을 상회했다. 당시 밀양은 영남 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형 농촌이었다. 부산·울산·대구·창원·김해·양산 등과 30~50분 거리에 위치해 1300만 명 생활권의 중심 기능을 톡톡히 수행했다. 장날이면 읍민과 인근 대도시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내일동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어 다른 도시들은 경제개발 바람을 타고 몸집을 부풀려 나갔지만, 산업단지 유치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밀양은 인구가 급격히 빠져나갔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인구도 현재 11만여 명으로 간신히 시(市)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박일호 밀양시장 ⓒ밀양시
박일호 밀양시장 ⓒ밀양시

“밀양아리랑대축제·공연예술축제,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특단의 조치가 절실히 요구됐다. 민선 6기 시장으로 취임한 박 시장은 “과거 영남의 중심 도시 역할을 담당한 밀양이 인구가 줄고 성장이 멈춰서는 안 된다”며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밀양 르네상스’ 실현을 공약으로 지난해 7기 시장에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강풍 속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의 박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시민들은 당선의 가장 큰 요인으로 첫 임기 4년간 박 시장이 보여준 굵직한 경제적 성과를 꼽았다.

박 시장은 밀양 르네상스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노산단을 내세웠다. 지난 2017년 6월말 유치에 성공한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는 165만㎡ 규모로 밀양을 넘어 국가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는 “총 3550억원이 투입돼 한국전기연구원 나노공정연구센터, 부산대 나노과학기술대학, 나노융합센터 등 관련 기관이 들어서면 밀양의 경제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현재 부지 보상이 완료된 상태다.

박 시장은 ‘병존’이라는 표현으로 그동안 밀양시를 뒷받침한 농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밀양이 첨단산업도시로 변신을 꾀한다고 해서 농업을 버릴 수는 없다”며 농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밀양은 농업을 기반으로 연간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논농사와 밭농사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사과·딸기·고추·깻잎·감자·양배추 등 시설재배 농가도 많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재배시설을 확충해 단순 생산을 넘어 유통·체험·관광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농업을 육성해 나노산단과 함께 발전시키는 ‘투트랙 시정’이 필요하다”고 밀양의 미래 농업을 설명했다.

첨단산업과 농업에 이어 문화·생태·관광은 박 시장이 밝힌 밀양 발전의 3대 축이다. 밀양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인 《밀양아리랑》은 지역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오월이면 밀양강의 워터스크린을 활용한 밀양의 대서사시인 ‘밀양강 오딧세이’를 비롯한 역사·문화를 앞세운 ‘밀양아리랑대축제’가 5일간 펼쳐져 전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지난해 42만 명 관광객 중 외부 관광객이 59%로 경제 유발효과가 243억원에 달해 국가대표급 축제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밀양공연예술축제’도 있다. 지난해 이윤택 감독의 ‘미투 사태’로 혼란을 겪었지만,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돼 ‘밀양푸른연극제’란 타이틀로 명맥을 이어갔다. 올해의 경우, 기간을 늘리고 본래 명칭을 되찾아 여름 축제로 재탄생시켰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박 시장은 평소 ‘밀양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해 밀양에 대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1898~1958)의 항일 공로를 인정하자는 발언이 사상 논쟁으로 이어졌고, 의열단기념관과 가요박물관에 대한 견해 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권에서 정쟁화되고 있는 의열단 사업과 친일 논란에 휩싸인 가요박물관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의열단기념관을 비롯한 관련 사업과 지역 출신 작곡가 박시춘의 친일파 행적을 좌우 이념·사상의 틀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며 "밀양다운 정신으로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밀양만의) 가치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단장면 천왕산 재약산 자락에서 밀양도래재 자연휴양림 건립 착공식을 하고 있는 모습. 박일호 밀양시장(오른쪽 6번째)과 김상득 시의회의장(오른쪽 7번째) 등 내빈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다. ⓒ밀양시
단장면 천왕산 재약산 자락에서 밀양도래재 자연휴양림 건립 착공식을 하고 있는 모습. 박일호 밀양시장(오른쪽 6번째)과 김상득 시의회의장(오른쪽 7번째) 등 내빈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다. ⓒ밀양시

관광휴양단지, 새로운 관광 인프라 확충할 것

박일호 시장은 특히 밀양 시내를 관통하는 해천 주변이 독립운동가들의 본향으로, 김원봉·윤세주를 비롯한 80여 명의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성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들을 기리고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뒤에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해 제대로 된 독립운동 상징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문화·관광이다. 밀양 관광의 핵심 인프라로 밀양관광휴양단지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의열기념공원과 점필재 인성교육관 등을 건립해 영남루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밀양시는 지난해 기상과학체험과 우주천문대를 결합한 새로운 예산지원 사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바이오연구지원센터, 생태관광센터 및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등 사업 예산을 가장 많이 유치한 지자체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가나노산단과 함께 야심 차게 추진하던 농어촌관광휴양단지는 시의회 총무위원회가 지난 7월24일 “토지 보상 감정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지난 3년간 행정력이 집중된 사업으로 15년 넘게 방치됐던 시유지를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밀양 관광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업이 빨리 전개될수록 토지 매입 등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 시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 사고는 박 시장에게 여전히 뼈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안전한 밀양’ 건설에 역점을 두고 시설물 안전점검을 위한 안전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전국 최초로 시 예산으로, 화재 발생 때 인명피해가 많은 집중점검시설 53곳을 지정, 정밀전기안전진단을 시행해 근본적 원인분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세종병원 화재 발생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으나, 시민들이 합심해 잘 이겨냈다”며 “화재가 발생한 가곡동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국토부로부터 최종 선정되며 도시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했다.

첨단산업과 농업의 쌍두마차가 이끄는 밀양 르네상스의 바람이 거세다. 밀양시의 경제·문화·관광 지도가 바뀌고 있다. 박 시장은 “밀양 발전을 위해선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교육을 함께 어울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돼 다시 25만 명 이상의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관된 시정을 펼쳐나가겠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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