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산업단지 신청 중복 접수에 ‘올스톱’…업체 시름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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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두 군데 업체서 신청 받아 2년 동안 지정계획 반영조차 못해

경남 양산 상북면 일대에 일반산업단지 개발을 진행하던 좌삼하이테크(주) 등 17개 업체는 최근 곤란에 빠졌다. 2017년 6월 투자의향서를 경남도에 제출하고 관련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급제동이 걸렸다. 또 다른 업체가 3개월 후 동일한 개발 예정 부지에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경남도에 중복 제출하면서다.

인·허가 절차 등이 미뤄지면서 투자 등 사업계획이 어긋날 상황에 빠진 것이다. 좌삼하이테크(주)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가 2년 가까이 올스톱 되면서 막심한 금전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좌삼하이테크(주) 등 두 군데 업체가 산업단지 개발 신청한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일대 © 이상욱 기자
좌삼하이테크(주) 등 두 군데 업체가 산업단지 개발 신청한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일대 © 이상욱 기자

특례법 '있으나 마나'…경남도 "업체끼리 조율돼야 절차 진행"

현재 좌삼하이테크(주) 등 17개 업체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2년이 지났다. 앞서 2014년 5월 이들 중 형제기계공업 등 6개 업체는 양산 상북면 일대 16만8900㎡ 부지에 일반산업단지 개발 투자의향서를 제출, 이를 승인받아 그해 12월 '2015년도 경상남도 산업단지 지정계획' 고시에 이르렀다.

이후 양산시가 인·허가 공식 절차 과정에서 도시기본계획 상 대단위 개발이 합리적이란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형제기계공업 등 6개 업체는 사업 참여 기업을 17개 업체(대표시행자 좌삼하이테크(주))로, 개발 예정 부지도 38만2055㎡로 확대한 투자의향서를 경남도에 다시 제출했다. 이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이하 특례법)'에 따라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정계획 반영 등 1차 단계가 복수의 투자의향서 제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좌삼하이테크(주)는 경남도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정권한을 가진 경남도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두 업체 간 조율이 먼저라고 밝혔다. 경남도가 투자의향서 중복 접수를 이유로 검토 보류를 알린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경남도와 마찬가지다. 관련 법률상 복수 업체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해도 문제없고, 선착순으로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견해다.

산업단지 개발 절차가 지연되면서 좌삼하이테크(주) 등 17개 업체의 경영 사정은 어려워지고 있다. 설계비 등 20여억 원에 달하는 초기투자비용 부담 때문에 운영 위기에 빠진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2008년 9월 6일부터 시행된 특례법은 산업단지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였다. 지정권자는 사업시행자가 산업단지 승인을 요청할 경우 6개월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종전까지 산업단지의 경우 기본 및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거치려면 통상 2~4년 걸렸던 것과 대조된다. 산업단지의 경우 15만㎡ 미만이면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에너지사용계획 대상에서도 모두 제외된다.

특례법이 신속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복수 접수된 투자의향서 처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좌삼하이테크(주)에겐 특례법이 현재로서는 무용지물이다. 

윈윈산업(주)가 써준 부동산 매도 의향서 © 좌삼하이테크(주) 제공
윈윈산업(주)가 써준 부동산 매도 의향서 © 좌삼하이테크(주) 제공

(주)동원개발 부지 매도 의사 접고 중복 신청하면서 스텝 꼬여

복수의 투자의향서 접수를 둘러싸고 부산 지역 건설사인 (주)동원개발(회장 장복만)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주)동원개발이 실제 소유한 윈윈산업(주)가 2014년 3월 먼저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업체 측에 자신의 보유 부동산에 대한 매도 의향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윈윈산업(주) 외 1개 업체는 2014년 3월 27일 자신들의 임야가 있는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산4번지 일대 4필지 3만3954㎡에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시행사 중 한 업체인 (주)포스텐테크와 부동산 매도 의향서를 작성했다. 산업단지 개발 예정 지역 내 자신의 부지를 매도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후 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 내 토지를 52% 가량 꾸준히 사들인 (주)동원개발 측은 당초 계획한 매도 의사를 접고, 자신들이 직접 산업단지 개발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 결과 2017년 6월 좌삼하이테크(주)가 경남도에 산업단지 개발 투자의향서를 접수하자 (주)동원개발 측은 자신들이 토지소유자임을 내세워 좌삼하이테크(주)의 개발 계획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어 2017년 9월 자신들이 실소유주인 제일에스엘산업(주)를 통해 좌삼하이테크(주)와 동일한 위치에 거의 같은 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경남도에 접수해버렸다. (주)동원개발이 이처럼 움직이면서 좌삼하이테크(주)의 산업단지 개발 스텝은 크게 꼬이게 됐다.

산업단지 개발 업계 종사자들은 큰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산업단지 개발 분야를 독점할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개발 이익을 노리는 큰 기업이 과도하게 산업 용지를 확보할 경우 실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산업단지를 취득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창원의 한 설계사는 “실수요자가 아니면서 과도한 개발이익을 보려는 특정 집단, 즉 토지주나 큰 기업에 쏠리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례법에 의해 인·허가 기간이 6개월 이내로 줄었지만, 중복 신청 업체를 평가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청 업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이다. 수억원 이상 들어간 비용을 업체끼리 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산지역 한 산업단지 개발 컨설턴트는 "복수 투자의향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특례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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