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총기난사로 80명 사상…트럼프 정조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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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총기난사에도 골프클럽 머물고 UFC 선수 응원 트윗 올려

미국에서 지난 주말 두 건의 대규모 총기 난사가 일어나 30명이 숨지고 50명 넘게 다쳤다. 인종 관련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되자, 미국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2019년 8월4일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철야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EPA
2019년 8월4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철야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EPA

지난 8월4일 새벽 1시(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데이터신의 유흥가에서 20대 남성이 쏜 총에 9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1분 정도의 범행 이후 순찰 중이던 경찰에 사살됐다. 앞서 8월3일 오전 10시(현지시간)에도 텍사스주 엘패소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특히 텍사스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한 혐오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경찰 당국에 따르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커뮤니티 사이트 ‘에이트챈(8chan)’에 “히스패닉이 텍사스를 장악할 것”이란 내용의 성명서를 올렸다.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가능한 ‘가중 일급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가 비극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패소 출신인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이고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커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 증오, 편견을 조장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상원의원도 “모든 증거는 우리가 인종주의자이자 백인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국인 혐오자 대통령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증오는 우리나라에 발붙일 곳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총기난사가 일어나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에 있는 골프클럽에 머무르며 이곳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해 신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 SNS에 퍼지면서다. 또 엘패소 총격에 관한 첫 트윗을 올린 지 14분 만에 자신이 지지하는 UFC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 논란을 자주 일으켰다. 지난 7월27일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을 향해 “커밍스의 지역(볼티모어)은 역겹고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14일에도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 의원 4명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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