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공장 유치…오거돈 웃고, 김경수 울었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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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경남 본사 둔 (주)코렌스와 전기차 부품공장 설립 MOU 체결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전국 60개 지자체가 경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가 첫 데이터센터 '각'이 있는 춘천시에 지난해 총 168억원의 지방세를 냈고, 700여명의 지역인을 고용해서다.

해외에선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238개 도시가 미국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전을 벌인 적 있다. 아마존이 AI(인공지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가 결정된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의 지난 4월과 5월 주택가격은 기대심리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7~11%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15일 투자유치 MOU 체결 후 악수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사진 왼쪽)과 조용국 (주)코렌스 회장 ©부산시 제공
7월15일 투자유치 MOU 체결 후 악수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사진 왼쪽)과 조용국 (주)코렌스 회장 ©부산시 제공

코렌스 유치전 승패…업체가 받아들이기 쉬운 '정무적 접촉'에 갈려

경남 양산의 중견기업 (주)코렌스(Korens) 신축 전기자동차 부품공장 유치전은 부산시와 경남도가 총력전을 펼쳤던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8월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부산시와 코렌스는 부산 강서구 미음국제물류산업단지에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을 설립키로 하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코렌스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오거돈 부산시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15일 부산시청에서 오 시장은 "한여름에 시민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코렌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거돈 시장은 이번에도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르노 트위지 전기차 생산시설을 유치한데 이어 이번에도 코렌스 본사가 있는 경남을 제치고 코렌스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오 시장과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시 고위 인사들이 조용국 코렌스 회장 등 관련 기업 대표들을 꾸준히 접촉한 게 유치하게 된 결정타였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6월27일에도 허용도 부산상의회장 등과 마주한 자리에서 "지방정부 한계에도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신발 끈을 조여 매겠다"며 '기업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처럼 오 시장이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기업 유치가 자신의 시정운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코렌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 강서구 일대 부지 3만여 평에 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1200명의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 특히 코렌스와 함께 협력업체 20여개가 동반입주를 계획하고 있어 국내 중견ㆍ중소 전기차 부품업체 클러스터가 생길 예정이다.

클러스터 전체 부지면적은 30만여㎡, 투자금액 7600억원, 고용인원 4300명으로 연간 3조원의 달하는 지역총생산(GRDP)이 이곳에서 창출될 전망이다. 부산시가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다.

반면 이번 유치전에서 'R&D(연구개발)센터 인센티브'라는 '통 큰 당근'을 내건 경남도는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게 됐다.

경남도의 경우에는 코렌스에 R&D 센터 부지 매입비를 30%까지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고용 인원 1명당 매월 100만원을 3년간 지원키로 약속하기도 했다. 타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또 코렌스가 투자입지 검토를 요청해 경남도는 지난 6월말까지 김해 명동·병동, 창원 동전, 양산 덕계 월나 등 6개 일반산업단지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현장실사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코렌스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코렌스 본사가 경남 양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렌스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의 부산 유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부산시는 오거돈 시장 등 시 고위 인사가 유치를 설득했고, 경남도는 투자유치과 실무자 3명이 고군분투했다. 코렌스가 받아들이기 쉬운 '정무적 접촉'이 유치전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오 시장의 발품이 코렌스 유치에 주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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