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웅 “악마 변신 주문 ‘스탠바이 온!’ 유행 예감”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0 14:00
  • 호수 1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로 브라운관 컴백한 박성웅

우연히 그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아내이자 탤런트인 신은정의 화보 촬영장에 예고 없이 나타난 것이다. ‘와, 피지컬이 모델 뺨치네.’ ‘게다가 로맨티스트였어!’ 강렬하게 남았던 그에 대한 기억이다. 이후 그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약했고, 특유의 선 굵은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성웅’ 하면 떠올려지는 장르가 있다는 것,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감독과 동료 배우가 오직 ‘그’만을 후보에 올려두고 출연을 설득했다.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의 ‘악마’가 바로 그 역할이다. 《악마가》는 악마(박성웅)에게 영혼을 판 스타 작곡가 하립(정경호 분)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인생을 건 일생일대 게임을 펼치는 영혼 담보 코믹 판타지다. 박성웅은 극 중 악마적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톱 배우 ‘모태강’ 역을 맡았다. 무명 시절을 거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지만, 실은 악마가 빙의된 상태. 하립과 영혼 계약을 체결한 절대 갑 악마 ‘류’가 모태강의 본체다.

박성웅이 연기하는 악마는 그동안 우리가 접해 온 악마와는 다른 캐릭터다. 톱스타 모태강의 몸에 본체를 숨긴 악마를 ‘극과 극’ 매력으로 풀어내는데, 틀에 박히지 않은 악마 모태강 캐릭터는 싱크로율 200%의 연기에 CG효과가 더해지면서 더욱 정교하고 독보적인 악마로 완성됐다. 《악마가》는 괴테의 고전 명작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적 설정 위에 현실적이고 풍자적인 요소를 가미해 유쾌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영혼의 갑을관계’로 돌아온 ‘레전드 콤비’ 정경호, 박성웅의 호흡도 볼거리다.

SF 미스터리 추적극 《써클: 이어진 두 세계》를 통해 실험적인 연출로 호평을 이끌어낸 민진기 감독과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영화 《싱글즈》 《미녀는 괴로워》 《남자사용설명서》 등 휴머니즘이 녹여진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노혜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 CJ Entertainment 제공
ⓒ CJ Entertainment 제공

배역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악마가 빙의된 톱스타 ‘모태강’을 연기해요. ‘모태강’은 모두가 생각하는 악마와는 다른 독특한 악마예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고 도전 욕구가 생겼죠. 코믹 요소를 가미해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설정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에요. 노력한 만큼, 그 이상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가 나올 것 같아요. 액션, 멜로, 휴먼, 코믹, 판타지, CG마저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배우들과 다채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서로 잘 아는 정경호와의 케미는 물론이고, 모태강의 비서이자 강 과장 역으로 나오는 윤경호, 지서영을 연기하는 이엘과의 관계에서도 독특한 케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모태강은 지서영과의 관계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부분도 흥미롭고요.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마가 저항하고 흔들리는 모습, 차갑지만 때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모태강은 그야말로 반전 있는 악마예요. 그래서 더 매력적입니다.”


박성웅과 공동 주연을 맡은 정경호. 두 사람은 OCN 《라이프 온 마스》에 이어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로 재회해 ‘믿고 보는 콤비’로 사랑받고 있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는 시간을 뛰어넘어 만나게 된 과거와 미래 형사로 호흡을 맞췄고,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는 인생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악마와 스타 작곡가로 의기투합한 것.

실제로 두 사람은 《라이프 온 마스》 이후 인생을 나누는 좋은 선후배가 됐다는 후문이다. 정경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성웅이라는 사람을 빨리 알았다면 제 인생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공개적인 애정표시를 했고, 이에 박성웅은 “이제라도 정경호를 만난 게 다행이다”고 화답할 만큼 달달한(?) 관계다.


함께 출연하는 정경호와는 특별한 사이라고 들었다.

“이 작품 역시 정경호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출연하게 됐어요. 대본이 탄탄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말하더라고요. 정경호가 ‘이 역할은 선배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대본을 읽었고, 이후 미팅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 감독님이 함께 나왔어요. 작품을 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작품도 좋았고, 정경호와 호흡도 좋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요. 5개월 동안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군데군데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로 현장은 줄곧 웃음바다였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정경호는 몇 년 동안 잔소리를 듣고도 못 고치던 습관을 그의 한마디로 바로 고쳤을 정도로 그를 믿고 따른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두 사람을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한번은 정경호가 술을 마시고 그의 팔을 물며 과한 애정표현을 했다는 후문.

정경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형을 만났을 때 무섭다기보다는 큰 존재로 다가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어려웠다. 한번은 술을 많이 마시고 형에게 ‘큰 버팀목이 생긴 것 같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형은 정말 내 마음의 안식처다.”

민진기 감독은 캐스팅 비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떠올려도 모태강 역을 맡을 만한 배우는 박성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던지라 박성웅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절친 정경호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빅 픽처였다. 섹시하고 코미디적인 부분을 가지면서도 영혼을 쥐었다 폈다 하는 포스를 가진 배우가 박성웅 말고 또 있을까 싶다.”

 

톱스타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나.

“JTBC 드라마 《맨투맨》 이후로 톱스타 역할은 두 번째예요. 제가 톱스타가 아니라 어떤 느낌일까를 상상하며 연구하고 노력해요. 전작과도 캐릭터가 달라 매 순간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톱스타보단 악마 측면에 방점을 찍고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에 출연하면 유행어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유행어 부자인데 이번엔 어떤가?

“제가 유행시키려고 한 적이 없는데, 관객분들이나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행복한 일이죠. 아, 저도 제 유행어를 일상에서 가끔 쓰고 있어요(웃음). 이번 드라마에서도 반복되는 대사가 있어요. ‘스탠바이 온!’이라고 말하면 변신을 하거든요. 그게 초반에 많이 나와서 시청자분들이 가볍게 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악마가》라는 드라마에 대해, 판타지 속에 응축돼 있는 우리의 삶, 그리고 철학이 보이는 드라마라고 했다. 희로애락이 있고, 치부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해피엔딩이다. 모든 걸 깨닫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건 행복이니까. “보시면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거예요.”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