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쌓인 적자 탓?…쿠팡, 로켓직구 온라인마케팅 수수료 ‘5%p’ 삭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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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파트너스, 해외직구 상품 판매 수수료 8%→3% 전격 하향 조정
쿠팡 “프로모션 끝난 것 뿐” 해명에도 이커머스업계 “공격적 마케팅의 한계 보여”

쿠팡이 자사 온라인 제휴마케팅 시스템인 '쿠팡 파트너스'의 최대 수익률을 기존 8%에서 3%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쿠팡 파트너스란 블로거·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맡긴 뒤 수수료를 제공하는 쿠팡의 마케팅 시스템이다. 앞서 쿠팡은 쿠팡 파트너스의 강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내세워왔다. 그간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매출 확장에 열을 올리던 쿠팡이, 돌연 온라인 마케팅비 감축에 나선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사옥 ⓒ연합뉴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쿠팡은 오는 9월1일부로 쿠팡 파트너스의 ‘로켓직구 수익 지급률’을 기존 8%에서 3%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쿠팡은 이 같은 공지를 쿠팡 파트너스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지난 13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해당 공지에 수익률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쿠팡 파트너스를 선보인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쿠팡 파트너스는 온라인 채널을 소유한 소비자가 직접 쿠팡 상품을 홍보·판매한 뒤 쿠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쿠팡 파트너스와 제휴를 맺은 이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부터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쿠팡 상품을 광고할 수 있다. 쿠팡은 각 온라인 공간에 소개된 상품이 실제로 판매되면 일정 요율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수료는 판매 가격 대비 3% 수준이다. 다만 해외 직접구매(직구) 코너인 ‘로켓직구’에 올라온 상품을 판매하면 8% 상당의 별도 수수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한 10만 원 상당 로켓직구 상품이 판매되면, 쿠팡으로부터 8000원을 받아가는 식이다.

쿠팡은 이를 통해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한편 수익금을 ‘당근’ 삼아 고객들의 자발적 마케팅 활동을 유도했다. 실제 대중적 영향력을 지닌 인기 1인 방송 진행자(BJ), 파워 블로거 등이 쿠팡 파트너스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쿠팡 파트너스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쿠팡은 쿠팡 파트너스가 운영 5개월 째에 이른 지난해 12월, 서비스 가입자가 매주 40%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올리는 매출이 월 수백억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쿠팡은 파트너들의 월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을 넘겼다고 전했다.

ⓒ쿠팡
쿠팡 파트너스가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 ⓒ쿠팡

이커머스 업계에선 쿠팡이 로켓직구 상품 바이럴 마케팅에 ‘별도 수수료’를 책정한 것을 두고, 쿠팡이 해외직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해외직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쿠팡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힘을 쏟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2019년 1분기 온라인 해외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에 따르면, 올해 1~3월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1조2065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288억 원) 보다 무려 45.6%(3777억 원)나 급증했다. 쿠팡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로켓페이' 등을 선보이며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2만9800원 이상 구매하면 배송비를 받지 않는 식으로 해외직구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쿠팡 파트너스의 로켓직구 수익 지급률을 우대한 것 역시 해외직구 시장점유율(M/S)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읽혔다.

그러나 쿠팡이 돌연 쿠팡 파트너스의 로켓직구 수익 지급률을 일반 상품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적자 경영’에 몸살을 앓고 있는 쿠팡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판촉비 절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4억 원에서 지난해 4조4227억 원으로 커지는 사이 영업손실도 1215억 원에서 1조97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로켓직구 상품의 수수료율이 높았던 것은 일종의 프로모션이었던 것”이라며 “다만 프로모션의 기간이 정확히 정해져있지 않았고 (수수료율 조정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중론이다. ‘고(高) 수수료율’ 전략이 서비스를 알리는 프로모션으로 활용된 예는 있었지만, 1년이 넘도록 같은 수수료율을 유지했던 프로모션은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 파트너스의 수수료율 급변은 쿠팡의 새 성장동력이 기존 해외직구에서 ‘다른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쿠팡이 선보이는 배달 서비스 ‘쿠팡 이츠’다. 쿠팡은 최근 '주문금액 0원', '30분 내 배송'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배달앱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도 해외직구 시장 못지않게 가파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조 원이며, 이 가운데 3조 원이 배달앱을 통해 이뤄졌다.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3년(3347억 원)에 비해 5년 사이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경쟁, 판촉비 증가 등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 참여자 모두 파국을 맞게 되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머니 파워’를 앞세운 쿠팡이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많은 적자를 쌓고 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고, 쿠팡 파트너스에서 절감한 비용이 쿠팡 이츠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마케팅에 다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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