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기술이어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8 11: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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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로 미래학의 중요성 강조한 전직 언론인 박성원씨

조철 북 칼럼니스트
조철 북 칼럼니스트

“많은 기회를 미리 알아도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삶의 미래 연구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그 기회는 남들이 설계해 놓은 게임에서 이미 정해진 사람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 적용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세계가 이렇게 굴러간다면 미래는 평범한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없음을 폭로하는 것이 미래학의 역할이라고 재정의했다. 이런 작업은 미래 연구의 주요한 동기로 작용했지만, 좌절을 반복하는 삶의 구조를 그저 폭로한다고 현재의 삶이 쉽게 바뀌지 않음도 여러 차례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미래학에 늦깎이로 투신한 전직 언론인 박성원씨가 《미래 공부》를 펴냈다. 젊은 시절 기자 생활을 하다가 특종 기자와 후배 기자들에 뒤처지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책하던 박씨는, 처음에는 경제적 성공의 기회를 찾는 방법론으로 미래학을 이해했다. 그러나 정작 미래학을 공부하면서 그 기회라는 것이 결국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그는 2007년 미국 하와이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미래학 1세대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 밑에서 미래학을 공부했고, 2012년 ‘참여적 미래 연구의 효용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에서 기술 예측에 따른 사회변화를 연구했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예측 방법론을 가르쳤다. 지금은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중장기국가미래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학문으로서의 역사가 길진 않지만 미래학은 폭넓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생존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요즘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는 ‘예측력’이다. 미래학은 ‘미래-현재’를 대하는 각자의 태도나 시나리오 예측법에서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러면서 그 가치관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몇 년간 미래워크숍을 진행해 온 박씨는 시민들이 특정 미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미래 시나리오는 ‘붕괴’다. 특히 청년 세대가 ‘붕괴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래상을 ‘선호 미래’로 꼽았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을 안겨준다. 박씨는 젊은 층의 이런 요구가 사회 진보의 대가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세기를 근대화에 바쳤고, 물질적 풍요와 경제성장이 과거의 최우선 목표였으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가 발전할수록 치러야 할 희생과 대가도 커지며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원하면 원할수록 혁신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 글항아리 제공
ⓒ 글항아리 제공

전례 없고, 불확실하며, 원치 않던 변화에 대응 필요

“다른 학문들도 미래를 예측하지만 미래학은 ‘전·불·원’ 변화에 대한 예측을 담아야 한다. 전·불·원 변화는 전례가 없는, 불확실한, 원하지 않았던 변화를 말한다. 이는 미래학이 당면한 세 가지 어려운 점을 담고 있다. 첫째로 역사적 사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현상을 연구한다는 점, 둘째로 그 현상이 일어나는 사회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많은 분야로 연쇄적 반응을 일으켜 결과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 셋째로 이런 변화는 현 세대가 원하지 않는 변화라는 점이다. 특히 현 세대의 이해와 상충한다는 점은 미래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박씨는 ‘평범한 사람’들이 미래 예측의 근육을 단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 그래서인지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등을 앞세우지 않는다.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핵심 주제는 아니다. 독자들이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각자 그려볼 수 있도록 목표를 삼되, 현재의 문제를 더욱 분명히 보도록 훈련하는 데 집중한다. 게다가 ‘과거’를 인식하는 방식도 주요한 툴로 다룬다. 미래 공부는 기존의 관행적인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 기술이어야 한다. 사회의 강자들은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돈과 권력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미래에 관심을 두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강자들이 만드는 미래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미래 예측은 이런 점에서 예측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는 미래를 실현하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

 

미래 예측 관련 정보는 시민들에게 공유돼야

박씨는 현재지향성과 미래지향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고르겠다고 한다.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실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미래지향성이 인류의 보존과 진보를 위해 견지해야 할 중요한 태도라고 말한다.

“미래지향성은 회복탄력성과도 연결된다. 불확실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미래를 견디려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회복탄력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미래를 자주 상상하고 그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박씨는 ‘미래 예측은 변화를 앞서 이해해 그에 대응할 뿐 아니라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며, 변화를 일으키려면 지배적인 시각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은 오늘의 반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적응하고 대응하려면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옳았다고 생각했던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사회적 변화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 맞서는 전략을 개인들이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일반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여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대안들을 실험해야 하며 그 결과는 시민들에게 공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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