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거 10주기, 추모 메시지 ‘온도차’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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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에 국무총리, 여야 5당 대표, 전·현직 국회의원 등 대거 참석
문재인 대통령 "민주주의와 평화 전진시킨 대통령" 추모 메시지
황교안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보복 없었다" 현 정부 우회 비판

“영원히 인동초이며 행동하는 양심.” (문재인 대통령)

“위대한 역사, 영원한 스승, 따가운 채찍.” (이낙연 국무총리)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정치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8월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을 각기 다른 수사로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억하면서, 민주주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통합과 혁신 등 ‘김대중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문희상 국회의장(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문희상 국회의장(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정치 후배들 “위대한 대통령” 한 목소리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이날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추도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와 다수의 국무위원, 전·현직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198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양국 관계의 해법과 미래비전을 제시했다"며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의회 연설을 통해 '두 나라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한일 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은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깝게도 20년이 지난 지금 양국 관계가 큰 벽에 서고 말았는데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력은 강하고 국민의 저력은 더욱 강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햇다.

문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의 모습을 최근 정치권에서 볼 수 없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하셨다"며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 전 대통령은 위대한 역사"라며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도, 분단사상 첫 남북정상회담도, 민족사상 첫 노벨상 수상도, 기초생활보장제로 대표되는 본격적 복지도, 여성부 신설로 상징되는 양성평등의 제도화도, IT 강국의 기반도, 한류의 바탕도 김 대통령이 만드셨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저희는 김 대통령의 평생의 좌우명인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고자 노력하겠다"며 "김 대통령께서 유언처럼 주신 말씀대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믿으며 김 대통령님 길을 따라 걷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 ‘추모 메시지’ 미묘한 온도차

1987년 7월25일 당시 김대중 민주당 상임고문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울 동교동 자택 정원에서 정원수를 손질하는 모습 ⓒ연합뉴스
1987년 7월25일 당시 김대중 민주당 상임고문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울 동교동 자택 정원에서 정원수를 손질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야 5당 대표들 역시 ‘이념’을 뛰어넘어 김 전 대통령을 기렸다. 다만 정당 별로 추모 메시지가 갈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정치가였으며 제게는 정치적 스승이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반듯한 족적을 저와 민주당은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이 걸었던 민주, 인권, 평화, 통합, 혁신의 길이 이 나라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통령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면서 “화해·용서·화합·통합의 정치로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언급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충청을 텃밭으로 한 자민련과 연대해 15대 대선에서 정권을 거머쥔 'DJP연합‘을 언급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고 반대 세력의 요구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진정한 협치의 달인"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연합정치가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가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산맥'에 비유했다. 그는 "대통령의 인생, 철학, 실천이 우리의 갈 길을 밝혀주고 계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일찍이 주장한 선거제도 개혁을 온몸을 바쳐 완수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이날 SNS에 올린 추모글을 통해 “국민의 손을 잡고 반발씩, 끝내 민주주의와 평화를 전진시킨 김대중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는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김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걸어갈 우호·협력의 길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1998년 오부치 총리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문화했다”며 “이는 양국 국민이 역사의 교훈을 공유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기로 감형돼 청주교도소에 수감됐을 때인 지난 1982년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낸 서신의 한 구절을 인용해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인내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퇴할 때 낙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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