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의 ‘내로남불’ 교육관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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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점점 커져가는 조국 후보자의 자녀 교육 논란

TV를 켜도 신문을 봐도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자녀에 관한 얘기뿐이다. 지난 8월9일 발표된 개각에서 문재인 정부는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로 10명을 지명했지만 다른 9명의 이야기는 안타깝게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 이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국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후보자들의 메시지 및 평판은 조국 후보자로 인해 묻힌 상황이다. 야당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조국 후보자는 “실체적 진실은 다르기에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조국 후보자에 대한 비난 중 일부는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해왔다. 그가 청와대 전직 수석임에도 SNS를 통해 일본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수많은 언론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그를 비난했지만 필자는 비분강개한 마음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가 방학 중에 복직한 후 강의도 안하고 월급을 받았다고 보도한 기사 역시 적절하지 못한 비난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표절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또 다시 표절 시비를 건 일부 언론 보도 역시 부적절한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 불거진 자녀 교육 문제는 결이 다르다. 조국 후보자는 평소에도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려 본인이 갖고 있는 교육에 관한 철학과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그가 올린 SNS 메시지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교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부모의 영향력으로 손쉽게 대학에 가거나 특혜를 본 사람들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의 교육에 관해 부조리한 혜택을 본 이들을 가차 없이 비난하며 이런 문제가 없는 깨끗한 인물이 고위공직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동일한 출발선’ 강조했던 조국 후보자

조국 후보자는 지금까지 쏟아진 사모펀드 문제, 자녀의 장학금 및 논문 저자 등재 혜택에 있어서 적법했지만 국민 정서상 괴리가 조금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는 2년 전 한 강연에서 부모 잘 만나서 좋은 학력을 갖추고 갖가지 교육적 혜택을 누린 사람들을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교육에 관해서는 출발선부터 모두 평등해야 함을 강연 및 인터뷰 때마다 밝혀왔다. 법과 제도를 통해 모두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 세상임을 얘기한 그에게 환호를 보낸 건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 그와 같아서였다.

문제는 그가 평소에 강조해온 교육 철학과 완전히 상반된 길을 그의 자녀가 줄곧 걸어왔다는 점이다. 그는 2007년 4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특목고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정작 그의 자녀는 두 명 모두 서울의 한 외고를 졸업했다. 물론 조국 후보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본인의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아이의 행복이 우선된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말을 뒤집을 수 있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신의 자녀가 혜택을 받아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다는 건지 묻고 싶다.

첫째 딸은 외고를 갔음에도 외고와 무관한 이공계로 대학을 갔고, 또 이공계와 무관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특히 그의 딸은 면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매 학기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 받았다. 세 과목을 낙제했는데도 장학금을 지급한 경우는 전례 없는 특혜로 보인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성적이 향상됐을 때 지급하는 성적향상 장학금은 들어봤어도 세 과목이나 낙제한 학생에게 학업을 포기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3년 연속 장학금을 지급한 사례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2012년 4월 자신의 SNS에 ‘장학금 지급 기준은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적이 아닌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올바른 교육이라고 얘기했지만, 정작 그의 자녀는 성적이 부진하니 더욱 열심히 하라는 동기부여의 의미로 장학금을 3년 간 지급 받았다. 참고로 그의 딸은 2015년 1학기와 2018년 2학기 유급된 적이 있다. 다른 정치인의 자녀가 성적 부진의 이유로 동기부여 장학금을 3년간 받았다면 조국 후보자는 자신의 SNS에 뭐라고 썼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조국 후보자의 ‘언행일치’를 기다린다

가장 심각한 건 그의 딸이 고교 시절 ‘논문 혜택’까지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딸은 외고 재학 때 대한병리학회지에 영문으로 쓴 의학논문에 1저자로 등재됐다. 논문을 평생 써야 하는 교수뿐만 아니라 학위논문으로 고생하는 대학원생 더 나아가 논문 공모전으로 논문 쓰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 대학생들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고교 시절 2주 간의 인턴 활동을 통해 의학논문에 1저자로 등재된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혜택이고 특혜인지, 그리고 학문적 우롱인지.

논문을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면 문과 고등학생이 2주간의 인턴 활동을 통해 의학 관련 실험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학술지에서 주어지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영어로 학술논문을 쓴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개를 갸웃하게 될 거다. 지금도 국내 연구중심 대학의 대학원생들은 영문 논문을 하나라도 쓰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고 있다. 그런데도 조국 후보자는 지도교수의 판단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부분에 관해서도 조국 후보자는 2012년 4월 자신의 SNS에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며 경력 차원에서 학위를 따거나 논문 등에서 편법 특혜를 누린 사람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원생들이 허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그였지만 또 다시 아이의 행복과 자신의 소신이 충돌할 때 그는 아이를 위해 소신을 접었다. 그의 자녀가 ‘특혜’를 받음으로 인해 같은 또래의 수많은 학생들은 그가 그토록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불평등한 출발선에 서고 말았다.

여당은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로 청문회를 이끌면 안 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는 엄격한 잣대를 통해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동일한 출발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다. 그리고 이 출발선을 훼손하는 자들과 편법을 누려온 사람들 때문에 정의가 자꾸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의 영문 명칭은 ‘The Minister of Justice’이다. 과연 정의(Justice)에 맞게 언행일치를 했는지 후보자 스스로 성찰하기 바란다. 서울대 학생들이 뽑은 ‘서울대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왜 압도적으로 뽑혔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그가 강조한 사법개혁의 첫 걸음은 언행일치에 있다. 조국 후보자는 현재 이 점이 가장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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