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국’ '현재 조국'을 부정하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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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 살펴보니 상반된 경우 많아

“이럴 거였으면 말이나 그렇게 하지 말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에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과거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소신발언을 해 온 조 후보자가 정작 딸의 논문 저자 등재 등 각종 ‘특혜’를 누려온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온라인에서는 현재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입시 파문’과 비교되기도 한다. “현재의 조국은 과거의 조국으로 모두 지적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과거 그의 발언과는 너무 상반되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논문 작성윤리’ 강조했던 과거의 조국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가장 공분을 사고 있는 의혹은 딸의 입시와 관련된 문제다. 그중에서도 조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를 다니던 중 2주 만에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에 ‘사실상의 특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조 후보자는 어땠을까. 조 후보자는 정치권에서 논문 표절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2012년 4월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문 작성 과정에서의 윤리적 엄격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8년 ‘진리 탐구와 학문 윤리’라는 강의를 맡았다. 당시 서울대는 황우석 전 수의대 교수의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이 수업을 개설했다. 강의 계획(실러부스)을 보면 ‘바람직한 학문 연구의 자세, 학문 연구의 설계와 수행,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국제적 표준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학생들의 창조적 안목과 능력을 계발’하는 것을 강의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연구윤리를 강의하던 2008년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조 후보자의 딸은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이듬해 대한병리학회에 논문을 제출했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이라는 제목의 여섯 쪽짜리 논문에 조 후보자의 딸은 제1저자로 등재돼 있다. 통상 논문의 1저자는 실험을 기획하거나 설계, 수행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는 등 가장 많이 기여한 저자에게 부여된다. 해당 논문 작성을 주도한 단국대 의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 대학에 진학한다고 했고, 열심히 한 것이 기특해 제1저자로 했다”고 설명했다.

 

▒ ‘특목고·장학금 제도’에도 단호했던 과거의 조국

조 후보자는 2012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대학 장학금 지급 기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적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값 등록금 시행을 환영하며 장학금을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글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차례 성적 미달로 유급됐음에도 6학기 동안 연속으로 장학금 총 1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은 부산의전원에 들어가기 1년 전인 2015년 몸담았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도 서울대 총동창회가 운영하는 장학재단 ‘관악회’로부터 학기당 401만원씩 2회에 걸쳐 전액 장학금을 수령했다. 통상 관악회 장학금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 제출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신고된 조 후보자의 재산은 약 56억원이다.

조 후보자는 또 딸이 재학했던 한영외고와 같은 특목고에 대해서도 평소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목고가 본래의 취지를 망각한 채 사실상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취지였다. 그는 2007년 4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문과 특성화 고등학교인 한영외고에서 이공계 스펙을 쌓아 이공계 대학으로 간 뒤 의전원으로 진학했다. 

 

▒ ‘주식·펀드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 비난했던 과거의 조국

조 후보자는 2009년 낸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자본주의 병폐를 지적하며 대표적으로 주식과 펀드 등을 지목했다. 그는 책에서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주식·부동산·펀드를 가르친다”며 한국 사회를 ‘동물의 왕국’에 빗대기도 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부임한 지 두 달이 지난 2017년 7월, 그의 딸과 아들은 사모펀드에 각 3억5500만원씩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실제 투자금은 각각 5000만원이었다. 또한 조 후보자의 배우자 정아무개씨는 67억4500만원을 투자금으로 약정한 뒤 9억5000만원을 냈다. 총 약정금액은 74억5500만원이다. 펀드 운용자는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인 조아무개씨다. 조 후보자 측은 펀드 가입 사실과 펀드 운용자가 5촌 조카인 점은 인정하면서도 “펀드 운용에 어떠한 관여도 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야권에서는 현재 조 후보자 일가의 펀드 가입을 두고 “불법적인 증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펀드의 주주 구성이나 지분 구조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처나 주주 구성이 베일에 싸인 것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조국의 말말말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 2012년 3월2일 트위터

●장학금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 2012년 4월15일 트위터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 - 2012년 4월19일 트위터

●외고는 외국어 특화 고교 또는 해외대학 진학준비 고교로 개편돼야 한다. 대학입시용 외고는 폐지되어야 한다. 

●외고생들이 대학에 갈 때 자신이 택한 전공 어문계열로 진학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강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2010년 저서 《진보집권플랜》

●대한민국은 어린이에게 주식·부동산·펀드 투자를 가르친다. ‘동물의 왕국’이다. -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 2014년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매가리마저 풀려, 스스로 통치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투항하고 말았다. 

- 2011년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을 것이다. 

- 2004년 4월12일 대학신문 기고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

●지금 현재 국민들의 삶이 어렵고 민생이 어려운데 이 금수저 사람들이 딸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해서 온갖 국정을 농단하고 부를 챙기고 지위를 챙기는데 또한 분노한 것이거든요. 

- 2017년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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