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소미아 종료에 “국가간 신뢰 해치는 대응 유감”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8.23 16: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측에 약속 지키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과 연대 강화”도 주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월23일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등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유감스럽게도 계속되고 있다"며 “한국 측에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한국 측의 계속된 그런 움직임에도 일본은 현재의 동북아 안보 관계에 비춰 한·미·일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국과 확실하게 연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일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세코 경산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의 수출 관리상 행정 절차적인 조치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를 관련시킨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지금과 아무 것도 다를 게 없다"며 "어디까지나 행정 절차로 이미 각의 결정도 이뤄진 상태이므로 조용히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8월28일로 예정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앞으로 한·일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결정은 지역의 안보환경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으로 실망을 금할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한·일, 한·미·일의 연계는 계속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측에 재고와 현명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날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1면 머리기사로 실으며 한·일 갈등이 경제 영역에서 안보 분야까지 확대됐다는 분석 등을 내놓았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한·일 안보 협력의 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뿐 아니라 아시아의 안보환경까지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의 보조가 흐트러지는 것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일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노려 한국과 일본을 더욱 갈라놓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대응하지 않는 한, 일본 측에서 새로운 대응책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역사 문제에서 시작된 한·일 대립이 통상 분야에 이어 안보상의 협력 관계로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안보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일본 정부는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감정적인 대응으로 안보 협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 관계에 타격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나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안전보장의 기반이 돼 온 한·미·일 3국의 연대를 흔드는 사태"라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일본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안보상 한·미·일 협력을 와해시킬지도 모르는 중대한 선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한 아베 총리가 이번 G7정상회의 기간(8월24~26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이 회담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일본 정치권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어리석은 오판" "최악의 판단" 등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일 관계가 더는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며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간사장은 "지금도 북한은 발사체를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유감"이라면서도 일본 정부에는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대화의 지속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