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삶의 중심이자 가장 확실한 '실존'의 과정”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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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인관 화백, 40년 활동 부산중견 화가로 지역미술계 발전 견인
‘이미지- 새 하늘 새 땅’ 주제, 8월28일부터 서울 선아트센터서 개인전 열어
궁극적으로 완성된 피안의 세계 드러내고자 시도한 작품세계 감상할 기회

“신앙생활에 의한 정서적 안정과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 산골의 향수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를 통해 창조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부산 동래구 충렬대로에 위치한 박인관 화백(63)의 작업실인 ‘박아트 스튜디오’엔 40여 년 동안 창작활동에만 심혈을 기울여 온 작품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100여 평이 족히 돼 보이는 작업공간에 내걸린 작품엔 기독교 신앙을 그림에 투영하는 조심스러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엔 ‘빛’이 강조되고, 하트(사랑) 등 기호적 도상들이 창조주에 대한 진지한 자기 고백을 ‘새 하늘 새 땅’인 산으로 표현된 ‘성삼위’의 상징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박인관 화백이 ‘박아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몰두하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박인관 화백이 ‘박아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몰두하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그는 “지난 34여 년간 이미지, 기억여행, 고향, 유년시절, 시공유영 등으로 주제가 늘 바뀌었지만 항상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이야기를 해 왔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는 내적 교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감한 원색의 바탕에 공간을 가르는 선들이 경쾌하면서도 명료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박 화백은 부산을 기반으로 40년 이상 활동해온 화백은 한국미술협회 서양화1분과 이사, 부산미술협회 서양화분과 회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부산비엔날레 이사‧감사 등 활동을 하며 부산미술계를 견인하고 있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9년 이후 국내외에서 14차례의 개인전과 23회의 개인초대전을 열었고 1998년 버몬트 스튜디오 펠로우십에 초대돼 미국 미니애폴리스와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대전을 갖는 등 활발한 해외활동을 통해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 그가 8월28일부터 9월7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아트센터에서 ‘이미지-새 하늘과 새 땅’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40년 동안 창작활동에만 심혈을 기울여 오면서 전업 작가로서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때만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경북 청도 산골에서 부산으로 전학해 동래중학교 2학년 때 미술반에 입반하면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여러 미술실기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부산상고 미술반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미술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면서 부산대학교 사범대 미술교육학과로 진학했다. 이후 화개중학교와 해운대여자고등학교에서 8년간 미술교사로 몸담았고, 이후 15여 년간 대학 강사생활과 함께 지금까지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의 인생여정에서 오로지 화가의 길을 걸어온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엇보다 유년시절의 그 꿈이 인생여정에서 왜곡되지 않고 이어져 온 이유는 나의 일관된 고집과 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들의 배려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의 작품 활동은 제 삶의 중심이며 가장 확실한 나의 실존임을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매일 창작과 구상에서 떠나 본 적이 없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초기 작품과 현재 작품이 많이 다르다. 작품에서의 유형이 어떠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나.

“처음 개인전을 가졌던 1989년의 작품들은 원과 직선으로 조합된 추상적인 작품이었다. 80년대 초 극사실적인 ‘상황시리즈’의 작품을 하다 보니 자유로운 내적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추상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이어진 작품들이 자유로운 곡선과 에너지를 분출하는 추상으로 나아갔으며, 이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미지를 표집하고 더듬는 시간상의 한계를 넘나드는 ‘유년시절’과 ‘기억여행’을 통해 자유로의 공간진입을 시도했다. 이어진 ‘시공(時空)유영(遊泳)’시리즈 또한 같은 맥락의 시간적 공간성을 극복하려는 화면의 배치였다. 이러한 과정에 부산시가 전국 공모한 부산미술대전에서 첫 통합대상을 수상하고, 부산일보가 주최한 전국공모전인 부일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7번의 개인 초대전을 포함한 개인전을 했다. 엄청난 작업량은 어떻게 소화 했나.

“1회 개인전부터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하면서 37회라면 거의 매년 전시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시 때마다 평균 전시비용이 1500만원 정도 든다. 아내는 매년 저축해야 할 돈을 다 쓴다고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작품도 컬렉터들에게 많이 소장되었지만, 개인 작업실에도 많은 작품이 있다. 때가 되면 개인 전시공간을 갖고자 한다.” 

박인관 화백(왼쪽)의 개인전에 참석한 원로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박인관 화백(왼쪽)의 개인전에 참석한 원로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중견작가로서 또 부산비엔날레 이사와 감사로서 부산미술계를 견인하고 있다. 

“부산미술협회 서양화 분과 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많은 행사를 추진하면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함에 있어서 많은 지인들의 지지를 받았었지만 때론 시기와 비난을 받기도 했음을 알고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비엔날레는 국제적인 전시로 비슷한 시기에 서울·광주·부산 등 세 군데서 대형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면서 한국미술에 관한 관심이 국제적으로 집중이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런 비엔날레에 부산의 청년작가를 비롯한 부산작가들의 참여기회가 중요하다. 부산미술협회에 등록된 작가만도 1500명이 넘는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 부산미술의 세계진출을 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직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했다. 

“창작에 대한 열심과 자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계로 활동을 넓혀 지역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했다. 그간 해외전시와 교류전뿐만 아니라 레지던스 워크숍을 추진하고, 일정기간 해외에서 체류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자유에로의 창작을 꿈꿔온 노마드적 일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 결과 작가의 길에 선 자신의 모습에서 프로작가로서의 자존감이 더욱 강해졌다. 전업 작가들이면 누구나 겪고 있는 경제적 문제는 가족들이 이해해주고 있다.” 

화백의 작품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동안 정의화 전 국회의장실에 내 그림이 걸린 적이 있다. (사)봉생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님은 사진작가이기도 하지만 예술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신 분이다. 부산시청과 부산 동구청, 부산시립미술관, 동아대병원 등에도 그림이 소장돼 있다. 그림에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선하고 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또 표현하는 것으로, 이것을 통해 참 진리의 빛과 아가페의 영적인 사랑을 알고 행함으로서 인간이 가진 모든 죄악의 뿌리를 말릴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부산기독미술협회 회장으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며 기독교 핵심교리인 믿음 소망 사랑을 나누고 전하는 협회로 보면 된다. 2000년 11월 부산 예술고등학교 전시관(일신관)에서 창립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8회 정기전을 했다. 회원의 수는 매년 같지는 않았으나 100여명이나 된다. 올해 정기전은 35명의 회원들이 60여 점의 크고 작은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믿음과 신앙의 고백을 표현하고자 매년 정기전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4년간의 회장임기를 마지막으로 정기전을 시청 전시실에서 잘 마무리했다.”

박인관 화백이 자신의 개인 전시실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박인관 화백이 자신의 개인 전시실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박인관 화백

8월28일부터 9월7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아트센터에서 ‘이미지-새 하늘과 새 땅’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들은 비움과 선한 세상을 나타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한 작품들이다. 2014년 타워갤러리의 초대전을 끝으로 지금까지 5년간 작업해왔던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것으로, 그동안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2012년 초대전의 주제인 ‘이미지-시원(始原)’ 시리즈는 창세기의 무한한 창조의 시공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면, 이번 ‘이미지- 새 하늘 새 땅’은 궁극적으로 완성된 피안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 시도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시간이라는 연속선상에 모든 것이 변하고 궁극에는 소멸되는 물리적 환경이기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영적인 세상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은 진리의 세계이며, 소멸되지 않은 피안의 세계이다. 이것이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이 가지고 있는 의미이며 주제인 것이다.”

박 화백은 이번 전시에 2012~2019년 제작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2012년 선화랑(선아트센터) 초대전에 이어 두 번째 하는 전시로 지난번 전시는 선화랑 이재언 전(前) 실장(미술평론가)의 글을 받았다면, 이번 전시는 고충환 미술평론가의 글을 받아 하는 개인전이다. 

박 화백은 선화랑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근대 화랑의 역사이며 《선 미술지》를 발간해 한국화단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해 왔었다. 이러한 미술계의 큰 발자취를 남긴 고 김창실(1935∼2011) 선화랑 관장님을 존경했다”면서 “2003년 건물을 신축·개관해 선아트센터로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도 작고·원로·중진·신진·외국작가 등을 엄선해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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