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급증한 주택량, 올해 ‘역전세’ 몰고온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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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 말 주택보급률 106% 기록”…집주인, 세입자, 금융권, 건설사 모두 ‘피해자’

올해 지방을 시작으로 집주인이 주머니를 털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도래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집주인이 ‘갑’이고 세입자가 ‘을’이던 통상적 인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6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1031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 시사저널 최준필
6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1031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 시사저널 최준필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8월26일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주택보급률이 106%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구 수보다 주택공급량이 많아 불 꺼진 새집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그 배경에 대해 보고서는 “2015~2017년까지 급증한 주택공급이 기초주택수요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주택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에 인·허가를 받은 주택공급량은 매년 기초주택수요의 2배가 넘었다. 2008년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는데도 수요에 아랑곳없이 계속 집이 지어진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공급의 급증은 3년 뒤에 준공 후 미분양 증가를 초래한다. ‘악성 미분양’으로도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정부가 건물 사용을 허가했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를 가리킨다. 보고서는 올해 그 물량이 최대 2만5000호, 2020년에는 3만호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은 내려간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보고서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장기 평균 대비 10% 증가하면 전셋값은 0.6~1.1% 하락한다”고 봤다. 이어 “서울과 경기 지역의 경우 전세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각각 2018년 2월과 2017년 12월임을 감안하면, 전세계약 만기시점인 올해 12월부터 역전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역전세가 닥치면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당장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세입자도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현금 흐름이 막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의 급증으로 건설사도 피해를 본다. 지어놓은 주택이 팔리지 않으니 투자 대비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2011년 미분양 해소 과정에서 100대 건설사 중 25%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중 부도로 이어진 업체는 145곳에 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인호 연구위원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주택공급량의 급등락과 그로 인한 폐해를 우리 경제체제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자들의 수익 위주 주택 공급보다 수요 중심의 주택 공급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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