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손정의’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 권한상 부경대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일본 도호쿠대 공학박사 (kwon13@pknu.ac.kr)
  • 승인 2019.09.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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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쫓지 말고 비인기 스타트업 분야도 적극 지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7월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7월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권한상 부경대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권한상 부경대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대한민국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다양하고 규모 있는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청년들은 꿈과 희망을 품고 정부 지원금을 종자돈으로 당당히 창업의 무대로 들어온다. 스타트업 간판을 내걸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의 실상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오히려 잠재적 실업자와 범죄자를 양산해 내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지원 자금을 룸살롱, 도박 및 게임기 구매 등에 사용해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천~수만 번 고민의 고민을 거쳐 창업을 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일본에서 박사 학위 시절 연구한 나노복합재료 제조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국립과학원과 스위스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 근무를 통해 기술을 다듬었고 많은 고민을 거쳐 현재 5년차 원천소재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실업자·범죄자 양산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정책

초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단계에서 정부 창업 지원금 등은 가뭄의 단비 같은 고마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다만 지원 건수 채우기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지원되는 상황 역시 종종 발생하고 있다. 브로커를 통해 혁신 아이디어처럼 보이도록 예쁘게 포장해 지원금을 받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

정작 수천~수만 번의 고민 끝에 창의적이고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로 창업하고자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다. 무사히 지원금을 받은 우수 스타트업들도 성장에는 무관심하고 결과만을 재촉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정책 환경 속에서 생존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은 시작과 동시에 엔드업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밝아가는 단계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스타트업 혁신제품인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워치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스타트업 혁신제품인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워치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최근 소재 부품의 수출 규제로 소재 전쟁을 선포한 원천 소재 기술 강국인 일본의 스타트업 환경은 어떨까.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제일교포 4세인 손정의 회장이 창업한 소프트뱅크 역시 그 시작은 직원 2명의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은 5만 개 이상의 계열사를 두고 몇백조원의 펀드까지 운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스타트업은 한국과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꼼꼼하고 치밀하다. 또한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규제를 적용한다.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엔 사업 특성을 고려해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같이 유행 따라 시시각각 변하지 않는다. 비인기 분야라고 하더라도 꾸준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日 스타트업 정책은 시시각각 변하지 않아

우리 정부도 최근 다양한 샌드박스 규제 개혁으로 스타트업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기술의 우수성과 성장성만을 평가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특례상장과 테슬라 상장 같은 제도는 우수 기술 스타트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수한 스타트업 성장 지원 제도 역시 그 이면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 테슬라 상장 요건으로 상장했을 때, 상장 후 3개월 내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투자자가 원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그 주식을 다시 사줘야 한다. 이 같은 부담의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에겐 그림의 떡과 같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31일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31일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금과 같은 스타트업 정부 지원 정책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갈 경우 스타트업은 엔드게임이다. 즉, 건수 늘리기 식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해 그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선정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원과 함께 수반되는 모니터링은 단순 현장 체크가 아니라 부족하고 더 필요한 지원에 대한 청취를 듣고 피드백 하는 그런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환경 조성을 위해선 필자를 포함한 우리 스타트업 대표들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초심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음자세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도 유행만을 쫓아갈 것이 아니라 비인기 분야의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우리 역시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기술 최강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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