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금지에도 “포기는 없다”…홍콩 시위 분수령 될까
  • 홍콩/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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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대규모 행진 예정됐지만 당국 ‘불허’ 결정
경찰, 불법시위 강경 진압 예고…무력 충돌 우려
조슈아 웡 등 시위 가담자 무더기 체포되기도

8월31일 홍콩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집회를 불허하고 강경진압을 예고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그래도 나가겠다”며 예정대로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충돌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다.

8월28일 밤 8시경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Charter Garden)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미투 집회에 수천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된 여성 시위자가 알몸수색을 받은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 시사저널 조문희
8월28일 밤 8시경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Charter Garden)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미투 집회에 수천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된 여성 시위자가 알몸수색을 받은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 시사저널 조문희

이날 홍콩 온라인 커뮤니티인 ‘LIHKG’나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중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함께 홍콩섬을 부수자”는 글을 게시하거나 홍보 포스터를 공유하고 있다. 전날 홍콩 침사추이역 앞에서 만난 마틴(Martin‧32)은 “우리는 그냥 행진을 할 뿐이다. 경찰의 무력진압은 무섭지 않다”면서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 ‘민간인권전선(인권전선)’은 ‘안전이 우려된다’며 이날 기획한 시위를 전격 취소했다. 경찰이 인권전선이 신고한 집회를 허가하지 않으면서다. 경찰이 인권전선 주최의 집회와 행진을 모두 허가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홍콩섬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에서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8월31일 대규모 행진 홍보 포스터 중 하나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8월31일 대규모 행진 홍보 포스터 중 하나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하며 시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지금까지 체포된 인사는 야당 의원인 제리미 탐(譚文豪)과 아우 녹힌(區諾軒) 등 1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전날에는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등 지도부급 인물 3명을 체포했다. 다만 이들은 법원의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또 8월29일 새벽에는 중국군 소속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홍콩 시내를 이동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중국 군 당국은 이를 두고 “매년 이뤄지는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언제든지 중국의 무력 개입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시위대는 9월1일 홍콩국제공항에서 다시 시위를 벌여 운행을 방해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같은 달 2일부터는 총파업과 학생들의 수업거부 시위가 예정됐다. 시위대는 중국 국경절인 10월1일까지 총력을 기울여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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