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콩 ‘격전의 날’…시위대vs경찰 결국 대충돌
  • 홍콩/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8.3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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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행진과 무력시위 뒤엉킨 홍콩의 8월31일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우산을 펴라”는 외침이 들렸다.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군중들은 하나둘 검은색 우산을 펼쳐들었다.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갔다. 우레와 같은 프로펠러 소리가 건물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누군가 “홍콩사람”을 선창하면 “파이팅”이라 답하는 시위대의 목청에 비할 순 없었다. 8월31일 홍콩 도심 센트럴 지역, 오후 4시경(현지시간)의 모습이었다.

8월31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가득 메웠다. ⓒ 시사저널 조문희
8월31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가득 메웠다. ⓒ 시사저널 조문희

이날 홍콩 도심은 수백만 명의 행진 대열로 가득 찼다. 대열은 홍콩섬 사이잉푼 지역에 위치한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에서부터 코즈웨이베이역까지 6km 이어졌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광장에서 청량리역까지 이어지는 대로가 점거된 셈이다.

12시경 홍콩섬 완차이역 근처에 있는 사우손 운동장(Southorn Playground)에서 시작된 행렬은 2시경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에 모여 있던 시위대와 합쳐지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시위대는 연신 “홍콩을 광복하자(光復香港)! 이 시대의 혁명이다(時代革命)!” “5대 요구(五大訴求)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缺一不可)!”라고 외쳤다. 행렬은 오후 5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 시사저널 조문희
8월31일 12시경 홍콩섬 완차이역 근처에 있는 사우손 운동장(Southorn Playground)에서 시작된 행렬은 2시경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에 모여 있던 시위대와 합쳐지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 시사저널 조문희

이때까지만 해도 무력충돌은 없었다.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낀 시민들은 그저 구호를 외치며 걸을 뿐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했다. 

그러나 이후 현장에 경찰이 속속들이 배치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열 전선에 있던 시위대의 움직임도 격화했다. 공관을 둘러싸고 지키려는 경찰과 침입하려는 시위대의 싸움이 격렬해졌다. 결국 경찰은 후추탄을 시작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맞서고 있다. 오후 7시 현재 시위대와 홍콩 경찰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8월3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13번째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서고 있다. ⓒ EPA 연합
8월31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13번째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서고 있다. ⓒ EPA 연합

이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은 예상된 바다. 이번 시위는 허가받지 않은 시위였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은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 ‘민간인권전선(인권전선)’이 기획한 이번 시위를 불허했다. 경찰이 인권전선 주최의 시위를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권전선 역시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집회를 전격 취소했지만, 시민들은 이날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경찰이 “허가받지 않은 시위에 강경 진압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였다.

한편 시위대는 9월1일 홍콩국제공항에서 다시 시위를 벌여 운행을 방해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같은 달 2일부터는 총파업과 학생들의 수업거부 시위가 예정됐다. 시위대는 중국 국경절인 10월1일까지 총력을 기울여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9일 범죄인 인도 법안, 일명 송환법 도입 반대 집회에서 시작된 반중(反中) 시위가 세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잠잠해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격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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