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사용자 대화 녹음해왔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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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통해 “대화나 음성 녹음될 수 있다”…사생활 침해 가능성 우려
쏘카측 “음성녹음 차량은 극소수” 수치는 안 밝혀…블랙박스 임의조작은 금지

차량공유업계 1위 쏘카가 블랙박스를 통해 차량 탑승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우려된다. 렌터카 업체의 음성녹음은 외국에서도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쏘카의 음성녹음 사실은 약관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약관 중 개인정보처리방침 2조는 “쏘카는 사고 원인 규명과 사고의 신속한 처리 등을 위해 자동차 내부에 부착된 영상정보 수집장치를 통해 자동차의 주행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동차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 및 ‘회원’의 대화나 음성이 녹음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의 대화 녹음은 위법이다. 

쏘카의 약관 중 '개인정보처리방침' 2조의 일부 내용. 노란색 마크 부분에 "자동차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 및 ‘회원’의 대화나 음성이 녹음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 쏘카 홈페이지 캡처
쏘카의 약관 중 '개인정보처리방침' 2조의 일부 내용. 노란색 마크 부분에 "자동차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 및 ‘회원’의 대화나 음성이 녹음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 쏘카 홈페이지 캡처

 

렌터카 주요업체 중 쏘카만 '음성녹음' 

다른 주요 렌터카 업체들은 음성녹음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터카 업계 점유율 1위 롯데렌터카는 약관에 관련 내용이 없다. 업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의 관계자는 “단기와 장기 렌터카 모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만 음성녹음을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차량공유업체 그린카도 마찬가지다. 그린카는 쏘카에 이어 차랑공유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렌터카 업계 2위 SK렌터카와 3위 AJ렌터카도 음성녹음은 약관에서 따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 SK렌터카 관계자는 “단기 렌터카의 경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블랙박스의 녹음 기능을 끈 다음 출고한다”고 했다. AJ렌터카의 단기 렌터카에는 아예 블랙박스가 없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땐 탑승자의 진술과 주변 CCTV를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다”고 했다. 

쏘카의 음성녹음 사실은 회사 측의 과거 입장과도 배치된다. 쏘카의 이재용 전 대표는 2016년 10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차량공유서비스는) 사생활 침해 문제로 차량 내부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등으로 인해 문제 발생 시 불량 고객을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고, 음성녹음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2016년 12월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차량용 블랙박스 품질비교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2016년 12월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차량용 블랙박스 품질비교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Hertz)는 한때 차량에 마이크를 심어둔다는 의혹이 제기돼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허츠는 전 세계 약 150개 국에서 1만여 개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렌터카에는 자사의 내비게이션 장치 ‘네버로스트(NeverLost)’가 탑재돼 있다. 문제는 이 장치가 2014년 업그레이드되면서 불거졌다. 기존에 없던 마이크와 카메라가 추가된 것이다. 

이들 장비의 용도에 대해 허츠는 “문제 발생 시 탑승자와 화상통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 초 씨넷 등 IT전문매체들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당시 허츠는 “사생활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마이크와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글로벌 IT공룡들도 사생활 침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은 각사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이용해 사용자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8월22일 IT전문매체 마더보드는 “MS가 계약직원들을 고용해 엑스박스(MS의 게임 콘솔) 이용자들의 대화를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음성녹음 되는 차량은 '극소수'"

쏘카 관계자는 “처음에 차량을 배치할 때 음성 기능을 비활성화 하지만, 차량 점검 과정에서 음성 기능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차량 1만2000여 대 중 음성녹음이 되는 차량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다만 ‘극소수’가 몇 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장은 사용자들이 일일이 블랙박스의 음성녹음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블랙박스의 전원을 마음대로 끄면 회사 규칙에 어긋난다. 쏘카 측은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블랙박스를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쏘카 관계자는 “음성정보 수집에 대한 고객들의 불쾌감을 인식하고 현재 블랙박스에서 음성녹음 기능을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기능 차단이 안 되는 경우엔 블랙박스 자체를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혹시라도 수집된 음성은 모두 제거하고 있고, 사고 시 경찰 또는 보험사에 영상기록을 전달할 때도 음성이 제거된 영상만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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