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이 일축한 디플레이션, 노벨상 수상자는 “즉각조치 필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9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폴 크루그먼 “신중함이 디플레이션 위험 키울 수 있어”…이주열 한은총재 “우려 상황 아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한 한국은행의 분석과 결이 다른 주장이다. 

9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크루그먼 교수는 9월9일 서울 콘래드호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KSP(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성과 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경험을 예로 들며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8개월째 1%를 밑도는 상황을 우려하는 도중에 나왔다. 9월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나타났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크루그먼 교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대담할 때도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땐 신중한 기조가 더욱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위험’이라고 언급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하락과 관련해 9월3일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물가 하락이 광범위한 확산을 보이지 않고 공급 측 요인과 제도적 요인이 상당히 가세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8월30일 “연말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하고 내년에는 1%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디플레이션을 경계한 크루그먼 교수와 다소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단 물가 해법과 한국의 상황에 대해선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어느 정도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 재정기조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확장적 재정기조는 통화정책의 완화를 수반한다. 금리 인하가 대표적인 예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3년여 만에 내린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추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입장 외에 미·중 무역갈등의 부정적 영향도 경고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은 적어도 (무역갈등에서) 빠질 수는 있다”면서 “한국은 유럽연합과도 교역하며 최대한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적 석학으로 통하는 크루그먼 교수는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예견했다. 2008년에는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