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경질이 남북‧북미 관계에 미칠 파장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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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교체, 협상과정에서 나타나는 '배드가이 교체' 정책
'지일파' 볼턴 퇴장으로 한일 무역갈등 새 전기 마련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북미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볼턴은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외교·안보를 이끌어 가는 핵심 인사다.

이번 인사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해임이 전격적으로 결정됐지만 몇 달 전부터 해임설이 고개를 들어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볼턴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주요 대외정책에 있어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에 걸쳐 파열음을 빚어왔고, 특히 최근 아프간 내 무장반군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로 내부에서 극심한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해 경질 배경에 관료 간 의견차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볼턴 경질을 보도하면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적들과 '어리석은 합의'를 하는 걸 막는 것을 자신의 직무라고 여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포기 거부 및 되풀이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 김정은에게 계속 구애를 했다"고 보도했다.

볼턴의 퇴장은 북한과의 핵 협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볼턴을 눈엣가시로 여길 정도로 불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볼턴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북한 대화 제의 직후 신속하게 결정

볼턴의 경질은 북한이 '9월 하순 대화 제의'가 나온 뒤 곧바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일단 양국 대화에 청신호로 볼 수 있다. 당장 미국 협상단 내 대화파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볼턴의 후임으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협상전문가인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이번 경질은 “교착상황(Stalemate)에서 당연히 채택되는 악역(Bad Guy) 교체(Member Change) 전략”이라면서 “내년 재선 성공을 위한 트럼프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트럼프는 기본 규칙을 엄수하는 전형적인 협상가”라면서 “이번 볼턴 경질은 우리에겐 종전선언을 필두로 하는 신한반도 시대의 도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볼턴의 퇴장은 갈등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일 양국 간 갈등에 미국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볼턴이 그간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볼턴 경질은 우리 정부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볼턴 경질과 관련해 발빠르게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볼튼은 북한, 이란 등에 유화책을 펴는 것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왔다"고 해임 배경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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