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커지는 아내 행보에 코너 몰리는 조국 장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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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 장관 자산관리 담당해온 PB 김아무개씨,
검찰 수사에서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검찰 개혁’을 천명하고 나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검찰 수사’ 탓에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 증언자들이 조 장관의 해명과 배치되는 진술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앞서 인사청문회 당시 “몰랐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온 조 장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검찰이 추석 연휴도 잊은 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조국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도 더 거세지고 있다.

9일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장관취임식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국민의례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현장풀)
9일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장관취임식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국민의례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현장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를 맡아온 한국투자증권 영등포지점 소속 프라이빗뱅커(PB) 김아무개씨를 증거인멸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1일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하기 이틀 전인 지난 1일 정 교수와 함께 서울에서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동양대로 내려간 뒤 정 교수 연구실에서 데스크톱 PC를 들고 나와 차량 트렁크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에 지난 6일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김씨와 정 교수의 ‘수상한 행적’을 두고 고의적인 증거 인멸 행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학 교수가 학내 PC를 반출하는 행위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일고 있던 ‘타이밍’도 문제가 됐다. 그러자 조 장관은 청문회 자리에서 정 교수의 ‘사무실 PC 반출’ 행위에 대해 “컴퓨터는 집에서 쓰려고 (사무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 처가 지금 언론취재나 여러 가지 난감한 상태에 있어 연구실에 출근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PC를 가지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이 된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 장관의 해명과 배치될 수 있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이 됐던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 조 장관에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에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는데, 만약 정 교수가 펀드 운용에도 관여했다면 투자와 운용을 분리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먼저 조 장관 가족과 처남 등이 14억 원을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대해 “먼 친척이 운용한다”고 이야기했으며 “사모펀드를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어 “정 교수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것처럼 얘기를 했다”며 “코링크PE 측이 투자한 2차 배터리 개발업체인 WFM이 어떤 회사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관련 증언의 ‘실체’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만약 김씨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저와 제 처가 펀드 운용에 관여한 적이 없다”던 조 장관 측의 기존 해명을 뒤집는 모양새가 된다.

증거 인멸 혐의에 대해서 김씨는 “5년 동안 자산을 관리해온 VIP 고객인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정 교수가 조 장관 부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조 장관과도 3차례 정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정 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수사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입장은 검찰 조사나 법원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 관련 수사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지휘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인지라, 자신의 아내가 표적이 된 수사를 관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공개적인 불만을 토로할 경우 노골적인 ‘수사 간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조 장관 역시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지나면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조국 리스크'가 더해질 경우 이 같은 개혁안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조 장관의 취임을 반대해온 야권의 공격이 거세다. 지난 11일 성남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정권 순회 규탄대회’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제정신인가. 범죄자를 수사 중에 장관으로 만들어놓았다. 장관된 자가 검찰에 자기에 대한 수사, 자기 가족에 대한 수사를 못 하도록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거 아니겠나"라며 "범죄가 쌓여있으니 검찰이 조국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다. 범죄자 아닌가. 이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아직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며 “그렇지만 조국 장관의 해명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방식보다는 국민들로 하여금 진실이 무엇인지를 믿도록 제대로 소명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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