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사회] “386, 부패·무능한 조선시대 사대부 지배집단 같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4 10: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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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양철학자 임건순이 386 세력에게 던지는 돌직구

1981년생 동양철학자 임건순. 그 흔한 석·박사 학위는 없다. 대학·연구소 같은 제도권에 속해 있지도 않다. 그런데 지금까지 출간한 동양철학 분야 책만 11권이다. 11권. 확실한 고정 독자층이 없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스스로를 ‘한국 지식인 사회의 지적 불법체류자’라 정의하는 이 돈키호테 같은 남자는 최근 386 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명칭 정리부터 하자. 386을 어떻게 정의하나.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 전부가 나쁘다, 1980년대 대학 다닌 사람 전부가 나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제가 이상한 사람이다. 386은 세대가 아니라 계급이고, 기득권 계급이자 지배계급이다. 386을 도덕 자본과 발화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내부자들, 이중구조의 핵심 수혜자들로 본다. 거기에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졌거나 그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386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특정 자본을 독점한 사람들이다. 독점한 자본을 무기로 해서 정치권력까지 장악했다. 그들이 가진 자본을 도덕 자본 내지 정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민주화 투쟁을 했다. 군사독재와 싸웠다. 친일파와 군사독재 후손들이 우리 사회 부당한 기득권이었고 우리는 그들과 맞섰다. 그래서 우리는 옳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니 우리가 정치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게 당연하다’라는 서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왜 이들을 기득권 계급으로 보나. 어느 사회나 50대는 사회의 허리 세대로 중추 역할을 하지 않나.

“단순히 기득권자 정도가 아니라 나쁜 기득권자들이고 나쁜 지배세력이라 그렇게 본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386은 세대 문제가 아니다. 계급 문제다. 이들은 도덕 자본과 정의 자본만이 아니라 발화권력도 장악하고 있다. 각 신문사 칼럼난을 보면 386 놀이터다. 문화·예술·출판 카르텔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전형적 386들이다. 독점적으로 가진 자본(정의 자본)과 힘(발화권력)이 있고 그것들로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사회·문화권력까지 장악한 사람들이 그런 현상과 구조를 국민이 별 거부감 없이 용인하게까지 성공했다. 그들은 지배계급이 맞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세습’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총평한다면.

“민주화 인사들, 특히 386의 위선과 거짓이 폭로됐다고 본다. 평등이니 정의니 하면서 자기 자식들은 ‘유리 사다리’ 태워서 위로 보냈다. 여러 의혹과 문제에도 합법적이었다는 소리를 하는데, 자신들은 야당과 산업화 세력들을 비판할 때 불법적인 사항만 꼬집었는지 되묻고 싶다.”

386이 비겁하다는 지적인가.

“저는 386들의 위선과 거짓, 그들이 남몰래 많이 해 온 유리 사다리 만들기만이 아니라 386 식자(識者)들의 양심과 이성의 마비도 주목해야 할 본질적 문제라고 본다. 진영논리만 남은 추한 그들의 모습 말이다. 그리고 386이 이제는 이념공동체에서 이익공동체로 완전히 변한 게 아닌가 싶다. 이익공동체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렇기에 더욱더 저열한 이념 공세를 펼 거라고 본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계속 자유한국당 지지자, 일베, 극우 등 저열한 딱지를 붙일 거다.”

386이 조선시대 사대부와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386은 정책적 유능함에 있어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서, 혹은 대외적으로 경쟁을 통해 뭔가를 벌어오고 가져올 역량이 있어서 지도층·지배층이 된 사람들이 아니다. 과거 투쟁했고 친일파와 군사독재 부역자들과 싸운 우리가 옳으니, 우리가 정의로우니, 즉 우리가 군자니 정치사회적 특권을 쥐는 게 당연하다는 자의식은 전형적인 사대부적 자의식이다. 우리는 군자 너희는 소인, 우리는 정의 너희는 적폐, 그러니 거래·타협·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는 서사.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우리는 깨끗한 사림 너희는 타락한 훈구, 우리는 군자당 너희는 소인들의 파당. 조선시대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집단과 386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들이 민주화에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 아닌가.

“도덕과 윤리는 자기 삶의 방향성과 준칙으로 한정돼야만 한다. 타인을 찌르는 창과 칼로 활용하고, 정치사회적 지대와 특권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되는데 386은 그러고 있다. 이런 삐뚤어진 모습은 나름 역사가 유구하다. 조선조 때 많이 보던 모습인데 사대부들의 추한 모습, 추한 권력경쟁의 모습이다. 그때와 흡사하게 윤리와 도덕을 갖고 권력을 쥐려고 하고 소유한 권력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은 ‘조선시대 망령’ 말고는 다른 이름을 붙여주기 어렵다.”

도덕을 무기로 편을 가르는 정치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는 답이 없고 사라지는 게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어쨌든 저들은 이제 이 나라의 지배세력이 아니다. 386 정치인들이 이제 주류다. 그런데 그들은 계속 산업화 세력을 악마화한다. 저들이 우리 사회의 나쁜 기득권이자 실질 지배권력이라고 지목한다. 386은 이 나라의 실질 지배세력이면 가명등기, 차명등기 하지 말고 실명등기 하고 당당히 비판도 받고 책임도 져야 한다.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은 쥐고 흔들면서 기득권은 야당과 언론, 재벌 탓이라고 하는 건 대체 무슨 말이냐. 이런 식의 호도가 그들에겐 참 유용하다. 자신들에게 올 비판과 비난을 희석해 준다. 386은 이런 식으로 아주 장시간 자신들에게 도착할 청구서를 막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구조적 얘기도 해 보자. 심화하는 불평등으로 사회적 분노가 폭발 직전처럼 보인다.

“한국은 복지가 지나치게 역진적이다. 중산층 위주로 편향돼 있다. 복지는 하층민과 서민, 차상위 계층을 도와야 하는데 사실상 상위 10%인 중산층 위주로 돼 있다. 당장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등 연금 개혁을 통해 복지가 하층민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복지 시스템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지 못하다.”

학계에 만연한 세습 고리는 어떻게 끊어야 할까.

“한국에서 지식인이라는 존재는 사교육과 유학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세상 물정 모르는 지식인들만 생겨나는 게 현실이다. 특히 교수들의 기러기 아빠 문제와 자녀 유학 문제는 정말 큰 문제다. 교육자라는 분들이 ‘남의 자식은 한국에서, 내 자식은 외국에서’로 사는 게 말이 되나. 정작 우수한 학생들 우리 학교에 오라고 하면서 말이다. 힘들게 일해 학부형들이 낸 등록금으로 억대 연봉 받고 자신들 연금 국민 세금으로 떠받쳐주는데 자기 자식들은 조기유학 보내고 있다. 교수 신규 채용 때 영어 강의 가능자로 한정하는 것은 세습을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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